신종플루 백신공장, 화순에 오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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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플루 백신공장, 화순에 오기까지
  • 윤종원
  • 승인 2009.08.2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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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신종플루 감염환자가 잇따라 사망하면서 녹십자의 백신공장이 세워진 전남 화순에 다시 한번 이목이 쏠리고 있다.

녹십자 화순공장은 신종플루 때문에 그동안 여러모로 주목받았지만 그러한 "초우량" 공장이 전남 화순에 유치된 과정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독감백신 생산시설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이런 첨단의료시설이 화순으로 오기까지는 단순한 기업유치의 어려움을 뛰어넘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녹십자 화순 백신공장 사업의 정식 명칭은 "인플루엔자 백신 생산기반 구축사업"(백신사업)이다.

2003년 옛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에서 30년마다 찾아오는 독감 대유행에 대비해 국내에도 독감백신생산 설비를 갖추자는 의견이 나왔다.

독감백신을 전량 수입하는 것은 국가안보와도 직결되므로 이를 대체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이런 사업 구상은 좋은 아이디어라는 공감대 속에 채택됐으며 이를 지역산업으로 배분, 지방발전에 도움을 주자는 정책으로 발전해 2005년 지역혁신사업의 하나로 선정됐다.

전남도는 당시 정부 내 실무진의 협조로 "백신사업" 안을 제시해 이를 지역사업으로 가져오는 성과를 거뒀다.

전남도 관계자는 27일 "사업을 따오기는 했지만 그때만 해도 독감예방약 공장 정도로만 여겼지 지금처럼 주목을 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국가가 "백신사업"을 주도하긴 했지만, 국가가 직접 백신생산에 뛰어들 수는 없어 민간사업자 유치에 나서게 되는데 이때부터 온갖 장애물이 나타난다.

국내 백신 수입업체 7곳이 "IVC"라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백신사업"을 맡게 됐지만 서로 대표사업자를 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결국 와해되고 만다.

벨기에와 프랑스.호주 등 외국 백신회사도 전남을 다녀갔으나 사업 참여에 미온적이었고 과도한 인센티브까지 요구해 백신사업 자체가 난항을 겪는다.

민자유치가 이처럼 주춤하자 "백신사업"을 두고 경쟁을 했던 경기도와 충북도가 해당 지역 투자를 원했던 기업들을 상대로 유치활동을 다시 벌이기까지 했다.

예기치 못한 난관에 봉착한 전남도는 사업자 선정이 늦어지면 애써 따온 "과실"을 뺏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에 국내 제약사들을 적극적으로 접촉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독감백신에 관심을 두고 있는 국내 제약사들은 컨소시엄이나 합작 형태가 아닌 단독으로 백신을 생산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사실상 수의계약을 원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백신사업은 일종의 공공사업이어서 컨소시엄이나 합작법인에 이를 맡겨 특혜시비도 없애고 사업의 공정성도 높이려 했는데 제약사들이 단독사업이 아니면 하지 않겠다고 해 난감했었다"고 말했다.

해결책은 "사업자를 공모하자"는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공모를 통해 수의계약을 피하고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업체에 사업을 맡기기로 한 것.

공모는 기대했던 효과를 가져왔다. 특혜시비를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유치"에서 "선정"으로 입장이 바뀌어 화순에 더 많은 투자를 하는 사업자를 고를 수 있게 됐다.

결국 경기 용인에 있는 다른 백신 생산라인까지 화순으로 가져오겠다는 제안을 한 녹십자가 단독사업자로 선정됐고 다른 지역의 "추격"도 따돌릴 수 있었다.

이 같은 우여곡절 끝에 전남 화순은 세계 12번째, 아시아 2번째로 독감백신 생산기반을 갖추게 됐으며 신종플루로 화순공장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주목받는 곳이 됐다.

앞으로 이곳에서는 국민의 4분 1이 접종받을 수 있는 신종플루 백신을 생산해 국민건강 수호는 물론 지역 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도 관계자는 "신종플루라는 돌발변수가 있긴 했지만, 녹십자 화순공장이 있는 전남의료산업단지는 지역발전을 이끄는 큰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다"며 "그 과정에는 현장에서 보고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관계자들의 땀과 노고가 배어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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