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보험 종류별 수가체계 개선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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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보험 종류별 수가체계 개선 움직임
  • 최관식
  • 승인 2009.03.0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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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과 산재, 자동차 등 진료비 심사와 수가 개선 모색
보험 종류에 따라 진료비가 크게는 1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진료비 심사와 수가체계를 개선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원가에 못 미치는 건강보험 수가를 현실화해 달라는 의료계의 요청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아 의료계를 실망시키고 있다. 보험 종류별로 수가의 차이가 나는 것은 건강보험수가가 지나치게 낮기 때문이라는 게 의료계의 주장이다.

국민권익위원회(위원장 양 건)가 국내 병·의원의 진료비 실태를 조사한 결과 동일·유사 상해와 질병이지만 건강보험과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등 보험종류에 따라 진료비 차이가 최고 15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이는 보험종류에 따라 서로 상이한 진료수가체계와 여러 기관으로 흩어져 있는 진료비 심사업무 때문이란 게 권익위의 분석이다.

권익위는 이에 따라 불합리한 진료비 심사와 진료수가 체계를 개선하기로 하고 오는 4일 서울 종로구 계동 현대빌딩 2층 국민권익위원회 청렴교육관에서 요양급여 심사 및 진료수가의 합리성·효율성 제고를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키로 했다.

권익위가 국민건강보험공단(2007년)과 근로복지공단(2007년), 보험개발원(2006년)의 진료비 내역을 실태조사한 결과, 뇌진탕 환자의 1인당 평균진료비는 건강보험이 71만원인데 비해 산재보험은 14.82배인 1천45만원이었다. 뇌진탕 환자의 평균 입원일은 건강보험이 8일이지만 산재보험은 14배인 112일로 조사됐다.

또 경추염좌 입원환자의 평균입원율은 건강보험이 0.9%인데 비해 산재보험은 71.67배인 64.5%, 자동차보험은 84.3배인 75.9%로 나타났다.

이처럼 진료비, 입원일수 및 입원율이 크게 차이나는 것은 건강보험의 경우 본인부담이 있어 필요할 때만 병원을 찾으려는 경향이 있지만,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은 본인 부담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권익위는 설명했다.

또 보험종류별로 진료수가 가산율과 입원료 체감률을 달리 적용하고 있다는 점도 원인으로 꼽혔다.

예를 들어 직장인 A와 의료급여 대상자 B는 아파트 계단에서, 공장 근로자 C는 공장 계단에서, D는 교통사고로 다리가 부러지는 같은 정도의 부상을 당해 E대학병원에서 동일한 진료를 했다면 입원료와 식대, 약가, 비급여진료비를 제외하고 A는 100만원, B가 94만원, C와 D는 각각 112만원의 진료비가 나오게 된다는 것.

또 H대학병원 6인 병실에 건강보험환자 I, 산재환자 J, 교통사고환자 K가 동일하게 50일간 입원한 경우, I는 146만원, J와 K는 각각 217만원의 입원료가 발생된다고.

이런 차이는 보험종류별로 진료수가 가산율과 입원료 체감률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종합전문병원의 경우 진료수가 가산율이 건강보험은 30%인데 의료급여는 22%로 건강보험보다 싸게 적용되는 반면,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은 45%로 책정돼 있기 때문이다.

또 입원기간이 길어질수록 입원료가 내려가는 입원료 체감률은 건강보험의 경우 요양기관 종류에 상관없이 입원기간(15일 이하, 15∼30일, 31일 초과)에 따라 입원료를 체감(100%, 90%, 85%)해 적용하는 반면, 산재·자동차보험의 경우 종합전문병원과 종합병원에선 입원료 체감률이 적용되지 않는다.

또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요양기관(지역별·요양기관종별로 표본 추출)이 2008년 5월 한 달간 4대 손해보험사에 청구한 비급여 항목(2천719건)을 분석한 결과 진료수가가 3∼140% 차이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레이저조작술 24만6천원∼105만원, 성형외과수술 10만원∼30만원, 재활치료 항목 중 증식치료-사지관절 4천840원∼2만원이었다.

국민권익위는 이같은 진료수가 가산율, 입원료 체감률, 비급여 항목 수가 차이로 인해 일부 요양기관이 의료급여환자의 진료를 기피하거나 입원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고, 산재·자동차 사고환자에 대한 과잉진료 등 진료비 허위·부당청구를 부추기는 원인으로 작용, 보험료를 내는 기업체와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부담이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2005∼2007년 심사평가원과 근로복지공단이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진료비 부당청구에 대해 현지조사를 한 결과 건강보험은 78.6%, 산재보험은 99%가 적발됐고, 보험개발원은 자동차보험 진료비 허위·부당청구액을 1천784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일본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은 사고의 원인이 무엇이든 동일 진료에 동일한 진료수가를 적용하고 있다. 즉 사고·질병의 원인이 다를 뿐 근본적인 처치나 수술 등 진료행위 측면에서는 동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권익위는 진료비 심사업무가 여러 기관으로 분산돼 있어 객관적·효율적이지 못한 것도 진료비가 차이 나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건강보험과 의료급여는 심사평가원에서, 산재보험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자동차보험은 13개 손해보험회사에서 각각 심사해 객관성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요양기관도 각각의 심사기관에 청구함에 따라 불편과 행정낭비 요인이 많다는 것.

또 자동차보험은 의료 비전문가가 진료비 심사건수의 97%를 처리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문제점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진료비 지급 분쟁 심의 청구건수가 99년 745건에서 2007년에 12.3배 늘어난 9천143건에 달하는 등 요양급여 지급기준 및 심사결과에 대한 손해보험사와 요양기관간의 분쟁이 심화되고 있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조사결과 문제점이 생각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보험재정 낭비를 방지하는 동시에 보험료를 내는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진료비 심사 및 수가체계 제도개선안을 공청회를 통해 마련해 관계 부처에 권고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4일 열리는 공청회에는 서울대 간호학과 김진현 교수가 "요양급여 심사, 조사 및 사후관리"에 대해, 호서대 사회복지학과 이용재 교수가 "요양급여 진료수가 합리화 방안"에 대해 각각 주제발표를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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