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비환수 근거법, 법안소위로 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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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제비환수 근거법, 법안소위로 재회부
  • 김완배
  • 승인 2008.12.12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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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위 국회의원들, 의사 진료권 침해 우려 입법 반대
원외처방 약제비를 환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박기춘 의원 등에 의해 상정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안이 요양급여기준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약제비 환수근거법만 제정할 경우 의사들의 진료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보건복지위원회 국회의원들의 반대에 따라 법안심사소위원회로 다시 회부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그러나 요양급여기준을 벗어난 처방을 했다는 이유로 의료기관이 받지도 않은 조제료를 포함한 약제비 전액을 환수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계속 국회에 상정되는 것에 대한병원협회를 비롯한 의료계는 깊은 우려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원외처방 약제비를 환수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려는 것은 지난 8월28일 서울대병원 등이 제기한 민사소송에서 패소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사소송의 경우 법률적인 근거가 있고 없음에 따라 판결에 있어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향후 민사소송 막자는 의도

지난번 민사소송 판결에서도 공단측이 지금까지 약제비를 환수할 수 있는 근거로 내세워 온 국민건강보험법 제52조(부당이득의 징수)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내용)가 약제비 환수나 상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판결났기 때문에 현재 34 원고(51개 의료기관)가 제기한 152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에는 소급적용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제기될 약제비반환소송은 막아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실제 지난번 판결에서도 법원은 ‘공단이 약제비에 대해 징수할 수 없고 심평원의 심사도 무력화되는 문제점이 발생되나, 이는 입법적으로 해결해야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어 정부와 공단이 적극적인 입법활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행정소송은 번거로워 사실상 불가능

반면 행정소송의 경우 환수를 당한 후 90일이내에 이의신청 등의 절차를 거쳐 각 환수사례별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병원에서 행정처분의 부당성을 입증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 병원들이 행정소송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병원협회(회장 지훈상)는 11일 약제비 환수근거를 규정한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소위에서 통과되자 개정 법률안이 입법화될 경우 의사의 진료권과 국민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고 권리구제가 불가능하다는 점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이 법률안의 신설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법률안 제정 저지에 나섰다.

#병협, 국민의 건강권·의사 진료권 심각한 침해 우려

병협은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의학적 지식과 임상경험에 따라 불가피하게 요양급여기준과 다르게 원외처방하는 것에 대해 강제적인 행정처분을 내려 받지도 않은 약제비 전액을 환수하는 것은 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의사의 처방을 제한하는 것으로, 국민의 건강권과 의사나 의료기관의 진료권과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정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권리구제 ‘무용지물’

병협은 이어 약제비를 환수당해도 이의신청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권리구제를 받기도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행정소송의 경우 민사소송과 달리 원처분기관의 재량을 어느정도 인정해 주고 있어 행정소송으로 권리구제를 받기 어려운데다 건별 행정소송을 해야하는 관계로 소송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돼 행정소송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이의신청은 올 9월의 경우 약 28만건중에서 60.4%의 기각률을 보였으며, 심판청구는 올 6월의 경우 약 2천800여건에 78%의 기각률을 보였다.

이에 따라 병협은 약제비를 환수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만드는데 앞서 ‘진정으로 환자를 위하고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도록 현재의 불합리한 요양급여기준을 신속하게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잘못된 기준을 바로잡아 근본적인 해결을 해야할 것이란 지적이다.

또한 허위처방이나 의학적 판단이 결여된 처방 등의 경우는 약제급여 적정성평가나 의약품사용평가(DUR), 자율시정대상 선정을 통한 현지조사 등 간접적인 수단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실적이란 점을 지적하고 있다.

#약제비 전액 삭감하는 경우 전 세계적으로도 없어

실제 선진국의 경우 불법행위 이외의 과잉처방에 대해 합리적인 약제처방을 위한 관리를 하고 있을 뿐, 우리나라처럼 약제비 전액을 삭감하는 나라는 없으며, 더욱이 법률에 까지 정한 나라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도 약제비 환수법안과 관련, 성명을 내고 ‘법안의 철회’를 주장했다.

의협은 성명에서 ‘단지 보험재정을 이유로 범위가 제한될 수밖에 없는 급여기준을 제정하고 최선의 환자진료를 위해 이 기준을 초과했다며 부당청구로 규정하고 이를 중대한 범죄행위인 양 이중 삼중의 처벌을 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의료기관에서 팔지도 않은 약값까지 물어 내라는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법안이 발의돼 논의되고 있는 것’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의협, 오히려 최선 진료보장 법안 마련해야

의협은 이어 ‘약제비 환수법은 환자의 상태와 질환별 특성에 맞게 적정한 약제를 처방하는 의사의 진료행위를 직접적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의료기관에 일방적인 책임을 묻는 부당한 법안을 논의하기 보다는 합법적으로 최선의 진료를 보장하고 제공할 수 있는 합리적인 법안을 마련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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