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자없이 사람 만능줄기세포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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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없이 사람 만능줄기세포 개발
  • 이경철
  • 승인 2008.06.23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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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박세필 박사팀..피부세포만으로 맞춤형 줄기세포 확립 길 터
국내 연구진이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피부세포만으로 "맞춤형 다기능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황우석 사태와 윤리적 논란으로 잠시 주춤했던 국내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제주대 줄기세포연구센터 박세필 박사팀과 미래생명공학연구소(소장 김은영)는 난자를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피부세포만으로 배아줄기세포 특성을 가진 "인간 다기능줄기세포(iPS)"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국내 및 국제특허를 출원했으며, 20~21일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한국동물번식학회 2008" 학술대회 및 제4차 한·일 공동심포지엄에 논문을 공식 발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최근 미국과 일본 등은 난치병 치료를 위해 장기이식이 아닌 "세포대체요법(cell replacement therapy)"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중 배아줄기세포는 성체줄기세포에 비해 각종 장기로 분화하는 능력이 뛰어나 다양한 난치성 질환을 치료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배아줄기세포는 지금까지 난자와 배아를 사용하는 윤리적 문제 때문에 종교계나 사회단체 등에서 연구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번에 박 박사팀이 만든 "인간 다기능줄기세포"는 이런 윤리적 문제를 없앤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연구팀이 배아줄기세포를 만든 과정을 보면 우선 사람의 피부세포(체세포)를 떼어낸 다음 이 체세포에 배아줄기세포의 성질을 갖도록 하는 4개의 특정유전자(Oct4, Nanog, Sox2, Lin28)를 주입하는 방식이 사용됐다. 이들 유전자는 배아가 배아줄기세포로 분화할 때 없어지는데 연구팀은 거꾸로 체세포 단계에서 유전자를 과발현시킨 셈이다. 체세포에 전달하는 운반체(벡터)는 "렌티바이러스"가 사용됐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다기능줄기세포를 이용해 신경세포와 근육세포, 간세포 등으로 분화시켰으며, 유전자 발현과 현미경 검사를 통해 배아줄기세포 여부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이 기존 "체세포 복제" 방식의 배아줄기세포와 다른 점은 환자에게서 추출한 체세포를 핵이 제거된 난자에 주입해야 했던 과정이 없어졌고, 핵이식된 수정란을 배반포기배아 단계까지 배양하는 과정도 생략됐다. 단지 유전자 주입만으로 기존 배아줄기세포와 이름만 다른 "인간 다기능줄기세포(iPS)"가 만들어진 셈이다.

물론 이미 미국 위스콘신대 톰슨 박사와 일본 야마나카 박사 공동 연구팀은 지난해 이 같은 방법으로 사람에게서 줄기세포를 얻는 데 성공했으며, 이 성과는 국내외 언론에서 "2007년의 주요 의학발전"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박 박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톰슨 박사팀의 기술을 업그레이드함으로써 앞으로의 상업화 연구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유전자를 체세포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세포를 바닥에 들러붙지 않도록 유도한 다음 유전자를 주입함으로써 미.일 연구팀의 유전자 주입방식에 비해 효율성을 5.1배 이상 높였다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박 박사는 "이번 연구는 지난 2005년 세계 최초로 미국특허를 획득한 "냉동 배반포기배 이용 인간배아줄기세포" 확립기술이 토대가 됐다"면서 "올해 초 생쥐실험에서 난자가 필요없는 다기능줄기세포 확립 가능성을 본 뒤 2개월여 만에 사람에서도 이 기술을 확립하는데 성공함으로써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맞춤형 환자치료에 한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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