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스노우 워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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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스노우 워커
  • 윤종원
  • 승인 2005.01.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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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 밖으로 찬 기운이 뿜어져나온다. 영하 수십도의 북극. 얼음 반 물 반의 바다와 시퍼런 하늘에서 전해져오는 `쨍"하는 기운이 순간 몸을 부르르 떨게 만든다.

`스노워 워커(THE SNOW WALKER)"는 경비행기를 타고 가다 북극에서 조난당한 비행사 찰리(배리 페퍼 분)와 에스키모 소녀 카날라(아나벨라 피가턱 분)가 마을을 찾아나서는 험난한 길을 따라간다. 그 과정에서 문명으로 대표되는 찰리가 자연을 상징하는 카날라에게 서서히 동화되는 과정을 포착했다. 마치 북극해의 시리도록 파란물이 하얀 종이에 스르르 배어드는 듯한 속도감으로.

1953년 북극. 2차 세계대전 때 유럽에서 전투기 조종사로 활약했던 베테랑 비행사 찰리는 지금 경비행기 조종사로 북극해를 오가는 일반 승객을 실어나르는 일을 한다. 자신만만하고 성격은 불 같다.

그런 어느날 그는 우연히 착륙한 북극해의 어느 지점에서 아픈 에스키모인 소녀를 떠맡게 된다. 소녀 가족에게 고가의 상아를 받아챙긴 그는 결핵에 걸린 것 같은 소녀를 병원에 데려다줄 것을 약속한다. 그러나 둘이 탄 비행기는 얼마 못가 악천후에 추락하고 만다. 비행기는 동강이 나고 이들은 구조요청도 할 수 없다. 결국은 두발로 걸어 마을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다.

영화에는 대사가 그리 많지 않다. 찰리와 카날라가 쓰는 언어가 다르니 그럴 수밖에 없고 말없이 망막한 북극이 주눅들게 한다. 가로막는 것 없이 펼쳐지는 새빨간 석양과 청색의 바다와 하늘은 그대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어떤 순간에는 공기의 흐름까지 손에 잡힐 듯 화면이 고요하고 맑다.

카날라의 `원시성"을 경멸하던 찰리가 어느새 창을 던져 노루를 사냥하고, 날고기를 먹게 된다. 그것은 물론 카날라가 뿜어내는 순백의 생명력과 에너지에 동화된 덕분. 감독은 이 과정에서 전쟁을 통해 피폐해진 찰리의 인간성을 복구시키려 한다. 그의 악몽을 통해 간간이 등장하는 전쟁의 기억이 카날라와의 깨끗한 동행으로 서서히 치유된다. 그러나 `치유"에는 에너지 소모가 많은 법. 카날라는 서서히 죽어간다.

아나벨라 피가턱은 실제로 19살까지 남극에서 몇백마일 떨어진 마을의 이글루에서 살아온 에스키모인. 발그스레한 볼과 검은 머리에서 싱싱한 자연이 느껴진다.

참, 북극해 여행을 할 때는 평야의 메뚜기떼 같은 사나운 벌레떼의 공격을 조심해야할 것 같다. 전체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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