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의대생들 주머니 털었다
상태바
고대 의대생들 주머니 털었다
  • 박현
  • 승인 2008.04.23 16: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가락 절단된 외국인노동자에 의료비 지원

고려대학교 의과대학(학장 나흥식) 본과 4학년 학생들이 안산병원에서 ‘지역사회의학실습’(담당교수 최재욱, 예방의학교실)과목을 이수 중에 산업재해로 손가락 4개가 절단된 환자의 딱한 소식을 듣고 즉석에서 호주머니를 털어 진료비를 지원해 주위에 훈훈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다.

4월23일 오전 11시 ‘사랑의 성금’을 전달받게 된 필리핀 외국인노동자 사토리노(남, 34) 씨는 지난 2006년 2월부터 안산에 소재한 모 알루미늄공장에서 일해 오다 작년 7월5일 작업 중 프레스키(절단기)에 손가락 4개가 잘려나가는 대형사고를 당했다.

급히 후송되어온 사토리노 씨는 고대 안산병원 성형외과 윤을식 교수의 5시간에 걸친 마라톤 수술로 절단된 모든 손가락을 접합하는데 성공해 지금 회복 중에 있다. 안산병원에서 수지접합수술을 받는 환자의 70%정도는 사토리노씨 처럼 산재를 당한 근로자다.

집도를 담당했던 성형외과 윤을식 교수는 “안산에는 대형공단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에 사토리노 씨 처럼 기계에 의한 손이나 손가락 절단 등 사고가 많은 편이다. 이 경우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머리카락의 10분의1 굵기, 수술용 실로는 0.5㎜∼1㎜ 굵기의 가는 조직을 서로 이어주는 고도의 미세접합 수술이 필요한데 결과가 성공적이다”고 밝혀 쾌유의 희망을 내비쳤다.

최재욱 교수를 포함한 27명의 의대생들은 52만원의 의료비를 지원했으며 본과 4학년 유광열 씨는 “우리가 모은 금전적인 가치는 작을지 몰라도 그 마음만큼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가치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학생신분으로써 큰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뿐이다. 부디 사토리노 씨가 하루속히 회복되길 진심으로 바라고 고국에 돌아가서도 한국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재욱 교수는 “예비의사로써 딱한 처지에 놓인 외국인노동자의 아픔에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제자들을 보면서 자긍심을 느겼다. 이것이야 말로 히포크라테스정신의 진정한 의미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이번 의료비지원의 의의를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