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연을 쫓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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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연을 쫓는 아이
  • 윤종원
  • 승인 2008.02.15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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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우정의 역사, 연을 쫓는 아이

미국 영화 "연을 쫓는 아이"(원제 The Kite Runner)는 특이하게도 아프가니스탄 카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영화의 원작자인 칼레드 호세이니는 아프가니스탄인으로, 2003년 출간돼 120주 장기 베스트셀러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운 동명 원작소설은 아프가니스탄인이 쓴 최초의 영어소설이기도 하다.

다분히 자전적 내용인 "연을 쫓는 아이"는 카불에서 성장한 두 소년의 우정과 충격적인 실수, 그리고 오랜 시간을 거쳐 우정을 되찾는 과정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는데, 이를 "아메리칸 뷰티"를 연출했던 할리우드 감독 샘 멘데스가 영화로 만들어냈다.

멘데스는 제작자로 참여했으며 "네버랜드를 찾아서" "몬스터 볼"의 마크 포스터가 연출을 맡았다.

카불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아미르(제케리아 에브라하미)와 집안 하인의 아들인 하산(아흐마드 칸 미흐미드제다)은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어렸을 때부터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낸다.

특히 나약한 아미르와 달리 용기 있는 성격에 운동도 잘하는 하산은 한시도 아미르 곁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를 지켜준다.

아미르가 12살이 되던 해 겨울, 둘이 손꼽아 기다리던 연 싸움대회가 열린다. 대회에서 우승해 아버지에게 칭찬을 받고 싶었던 아미르는 하산의 도움으로 우승을 하게 되고, 하산은 "네가 원하면 천 번이라도 연을 찾아올 수 있다"며 떨어진 연을 쫓아 거리로 뛰어나간다.

하지만 최고로 행복했던 이날, 두 소년에게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고 아미르는 하산이 동네 불량배들에게 겁탈당하는 모습을 숨어서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언제나 자신을 지켜줬던 하산과 달리 자신은 친구를 모른 척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던 아미르는 하산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고 결국 그에게 도둑 누명을 씌워 집에서 내쫓아버린다.

세월이 흘러 미국에서 소설가로 성공한 아미르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하산과의 우정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아미르와 달리 하산은 언제나 자신을 친구로 생각하며 뒤에서 지켜봐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미르는 하산과의 우정을 되찾기 위해 탈레반 치하가 된 카불로 떠난다.

탈레반 세력에 살해당한 하산이 남긴 유일한 혈육을 미국으로 데려와 키우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카불행을 감행한 아미르는 그러나 탈레반 세력이 카불에서 자행하고 있는 온갖 잔인한 행위를 목도하고 탈레반 소굴 한복판으로 뛰어드는데….

일단 이 영화는 국내에서 흔히 접할 수 없는 특이한 소재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영화 대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다리어도 그렇고 폐허가 돼 먼지가 풀풀 날리는 카불의 풍경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다.

영화에 등장하는 주인공들도 대부분 실제 아프가니스탄인이거나 아랍국가 출신들이다.

미국 영화지만 일반적인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진정성과 주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돋보이며 현란한 연출로 인한 영화적 재미는 덜할지 몰라도 영화에서 묻어나는 진정성의 힘이 가슴을 울린다.

한때 우리도 그런 때가 있었지만, 후진국 특유의 순박하면서도 촌스러운 풍광과 인간 군상의 모습들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탈레반 정권의 잔인성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로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상영금지 조치를 당했다.

3월13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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