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처리 또 무산
상태바
의료법 처리 또 무산
  • 정은주
  • 승인 2008.02.04 11: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쟁점별 법안 분리제출...상정조차 실패
의료법 개정안 국회통과를 위해 이견이 있는 부분은 배제하고 주요 쟁점별로 분리해 국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상정했으나 결국 논의되지 못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는 이례적으로 2월 4일 오전 8시 15분 회의를 열고 의료법 개정안을 심의할 예정이었으나 공중위생관리법과 대한적십자사 조직법, 혈액관리법 일부개정안 등만 통과시키기로 의료법 개정안 처리는 다시 미뤘다.

당초 의료법 개정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처리안건은 많고 10시 본회의로 시간은 제한돼 있어 결국 상정조차 하지 못한 것.

이날 정부가 상정한 의료법 전부 개정법률안의 경우 의료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외국인 환자 유인 알선행위 허용과 의료기관 종별구분 개선, 양한방 복수면허자 의료기관 개설 등의 내용을 비롯해 의료기관 자율권과 국민불편 해소를 위해 환자의 진료기록정보 보호 강화, 거동불편환자의 처방전 대리수령 인정 의료인 및 의료행위 보호 등의 규정이 포함됐다.

□외국인 환자 유인 알선 행위 허용 = 외국인 환자 유치를 활성화하고 의료분야의 서비스 수지를 개선해 의료산업을 육성하려는 목적에서 외국인 환자 유치를 위해 금품제공 등 유인알선 행위를 허용하자는 게 법안의 주요 내용이다.

2007년 10월 기준 우리나라 외국인환자 유치 실적은 1만 5천명으로 태국 125만명(2005년), 싱가폴 23만명(2003년)보다 훨씬 뒤처지는 수치다.

이에 대해 문희 의원은 “유인 알선행위를 부분적으로 허용할 필요가 있고, 해외환자 유치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료분야 무역수지 개선을 위해 우리나라 국민의 원정진료문제를 우선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의료기관 종별 구분 개선 = 종합병원의 기준을 강화해 기준에 미달하는 종합병원은 특수기능병원으로 전환, 전문화하도록 유도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조항이다.

현행 조산원과 의원, 병원, 종합병원,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구분된 의료기관 종별 구분을 조산원과 의원급 의료기관, 병원급 의료기관으로 분류하고 다시 의원급 의료기관은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으로, 병원급 의료기관은 의과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으로 분류하는 내용이다.

종합병원의 병상기준은 현행 100병상에서 300병상으로 상향조정하고, 상급종합병원 지정제도를 도입해 종합병원 중에서 3년마다 한번씩 상급종합병원을 지정, 현행 종합전문요양기관을 대신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특정과목이나 질환에 대해 고난이도의 의료행위를 하는 의과나 한방병원은 특화병원으로, 의료공급이 취약한 지역의 의료수요를 충족하는 의과병원은 취약지거점병원으로 운영하는 특수기능병원 지정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이 내용의 경우 병원을 의과병원으로 변경하는 것과 관련해 의사협회가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으며, 종합병원 기준 강화와 관련해선 종합병원에서 탈락한 병원들이 수익성 악화에 따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등 전속전문의를 비전속으로 변경할 우려가 있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측은 의과병원을 병원으로 유지하고, 종합병원 기준강화는 4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하는 방안으로 절충안을 제시했다.

□양한방 복수면허 소지자 허용 = 복수면허 소지자에게 한 곳의 의료기관에 면허종별에 따른 의료기관을 함께 개설할 수 있도록 규정, 의료인의 자율성을 높이고 양한방 협진체계를 활성화하도록 했다.

이 규정은 양방과 한방 면허를 모두 가진 의료인도 한 개의 의료기관만 개설할 수 있도록 해 헌법재판소로부터 헌법불합치 결정을 받은 바 있다.

개정내용과 관련해선 의사와 한의사 복수면허를 가진 의료인이 의사 및 한의사가 각 직업을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함에 있어 어느 범위에서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지에 대해선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의료인, 의료행위의 보호 강화 = 응급실 등에서 의료인을 폭행, 협박해 의료를 적정하게 시행하기 곤란한 경우가 있어 환자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하도록 신설했다.

이외에도 만성질환자로 거동불편한 경우 환자의 처방전을 본인이 의료기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환자 보호자가 대리 수령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으며, 환자의 동의없이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정신과 상담일지와 성형외과 및 산부인과 기록 등을 열람할 수 없도록 환자 진료기록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내용이 법안에 포함됐다.

이와 함께 안명옥 의원이 대표발의한 의료법 개정법률안은 진단용 방사선발생장치의 정기검사 및 방사선 방어시설의 안전검사를 하도록 하고, 방사선관계 종사자에 대한 정기적인 피폭선량 측정과 건강진단 등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강기정 의원의 의료법 개정법률안은 의료인의 결격사유에 성범죄자나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범한 자를 추가했고, 성범죄로 면허가 취소된 경우 면허재교부를 받을 수 없도록 했다.

김춘진 의원의 의료법 개정법률안에선 보존기한이 지난 진료기록에 대한 폐기조항을 신설했고, 치과 진료과목 및 전문과목 표시제한을 10년 연장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날 법안소위원회에선 정부발의 의료법을 비롯해 4개의 의료법 개정법률안을 상정할 방침이었으나 40여개의 법률안이 무더기로 의사일정에 포함되면서 결국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의사일정을 마친 것.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이견이 없는 몇 개 법안만 다룰 예정이었으나 의원간 사전조율과 달리 상정예정안건이 40여건이나 올라왔다”며 심의를 거부했다.

의료법 처리를 둘러싸고 대통합민주신당 강기정 의원은 “성폭력 의료인의 면허취소 및 면허재교부 금지 등 정부의 의료법 개정안은 병원협회나 NGO 등 이견이 없는 내용만 추려서 제출됐다”며 곧바로 처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었으나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이 자리를 뜨면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논의가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양승조 법안심사소위원장은 2월 임시국회중 전체회의 및 법안소위를 다시 개최해 주요법안을 심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한나라당이 쟁점법안 상정을 꺼리고 있고, 17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2월 임시국회중에 처리되지 않으면 자동폐기되므로 의료법 전부개정안의 17대 국회 처리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지게 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