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G, 신의료기술ㆍ복합질병에 속수무책
상태바
DRG, 신의료기술ㆍ복합질병에 속수무책
  • 정은주
  • 승인 2008.02.01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DRG 180개 질병군 확대적용...병원계 대책마련에 나서
포괄수가제도가 전체 입원환자의 80% 이상을 포괄하는 질병군으로 확대될 예정인 가운데 병원계는 포괄수가제 시행에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거듭 밝히고, 정부의 확대정책에 따른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현행 7개 단순질병군에 한해 포괄수가제도를 시행하면서 환자중증도나 수가수준 등을 고려해 유리하다고 판단한 일부 병원들이 포괄수가제도로 전환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지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원칙적으로 반대한다는 것이다.

특히 포괄수가제도가 현행처럼 요양기관의 선택에 따라 시행되는 방식이 아니라 당연지정형태로 강제로 시행되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병원협회는 1월 31일 병원협회 대회의실에서 포괄수가제도 관련 대책 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입장을 거듭 확인하고, 포괄수가제도의 실태와 의료서비스 질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정부의 확대 적용 정책에 적극 대응키로 했다.

신의료기술이나 복합질병 등 고려 안돼 = 포괄수가제도의 경우 평균적인 행위나 재료만 인정되므로 추가행위가 필요해도 이를 반영하기 어렵고, 아울러 신의료기술도 신속하게 반영이 안된다는 이유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례로 복강경 시술의 경우 산부인과에선 자궁적출술 복강경 시술을 인정하지만 일반외과 충수돌기염 복강경 수술에선 인정되지 않는다. 복강경 시술을 비롯해 신의료기술의 경우 환자가 다른 병원과 시술방식 등을 비교해 시술을 원할 경우 병원으로선 손해를 감수하고 해줘야 하는 상황.

한 병원 관계자는 “복강경 시술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의사들이 일일이 비용을 고려해 시술방법이나 재료를 선택하는 건 아니다”며 “포괄수가제도 하에서 이렇게 시술하면 20-30% 손해를 보지만 환자가 원할 경우 안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질병군으로 분류하는 과정에서 중증도나 복합상병 등을 반영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병원에 오래 다니던 당뇨환자가 백내장 수술을 할 경우 빨리 퇴원하면 병원에 유리하지만 환자가 내분비내과로 옮겨달라고 할 경우 당뇨질환 치료까지 백내장 포괄수술에 포함되므로 병원으로선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예전에 신장이식 환자가 제왕절개수술을 해도 단순 제왕절개술에 따른 포괄수가만 인정됐고, 혈우병환자가 수술을 받아 진료비가 1천200만원이 나왔는데 포괄수가비용만 나와 병원이 고스란히 손해를 떠안았다”고 토로했다.

포괄수가제는 수가통제 수단 = 현재 포괄수가가 행위별수가보다 수가수준이 높아 요양기관들은 개별 병원별 환자구성상태 등을 따져보고 포괄수가제도를 시행하는 곳이 많지만 궁극적으로 병원경영에 도움이 되질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단 포괄수가제도 도입 자체가 진료비 통제 목적이 큰데다 현재는 선택적으로 시행하고 있어 수가수준을 높게 유지하지만 향후 의무적으로 시행할 경우 결코 유리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또 7개 단순질병군에 대해 포괄수가를 시행하는 것과 정부 계획대로 180여개 질병군에 대해 포괄수가를 시행하는 것은 천지차이이기 때문.

수가의 경우 행위별수가보다 높다 하더라도 일부 예외환자가 발생하면 마이너스 요인이 커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의료질 저하 및 행정업무 과다 = 정부는 포괄수가제도를 시행하면서 환자 모니터링을 통해 의료의 질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확대 시행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에선 제도도입에 따른 의료질 저하는 불가피하다는 입장. 비용과 서비스는 비례하기 마련인데, 최소한의 비용으로 치료를 하다보면 질저하를 피해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의사는 “충수돌기염이 의심되면 초음파보다 CT를 찍어야 하지만 포괄수가를 고려하면 CT를 촬영하면 안된다”며 “복합질환을 가진 환자의 경우 동시에 2가지 수술을 끝내면 환자에게 더 유리하지만 2개 수술을 해도 1개의 포괄수가로만 청구가 가능하다”며 제도의 맹점을 설명했다. 이는 모니터링에서 걸러지지 않지만 실제로 환자에게 손해가 가는 대표적인 예.

포괄수가제도의 장점으로 거론되는 행정업무 감소 등도 사실과는 다른 부분이다. 7개 질병군의 경우 아주 경미한 단순질병군이어서 행위별수가제 하에선 심사가 별로 필요없지만 포괄수가제에선 모니터링업무나 병원이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아 행정부담이 크다는 게 병원측 의견이다.

포괄수가제도를 논의할 수 있는 공식채널 부재 =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질병군 분류체계에 있어 중증도의 반영여부는 모르겠지만 중증도 높은 환자가 대형병원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4개 대형병원의 중증도가 1이 안되고, 한 병원의 내과의 경우 0.96으로 나왔다”며 “분류체계에 중증도가 어떻게 반영됐는지 궁금하지만 알고리즘이 오픈이 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의료기술 반영 등을 논의할 수 있는 공식 채널이 없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병원협회는 추후 포괄수가제 180개 질병군 확대 적용과 관련해 이같은 병원계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의료공급자 및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한편 복지부는 전체 입원환자의 80% 이상을 포괄하는 질병군을 대상으로 모형을 설계하고, 이를 토대로 포괄수가제 확대를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올 11월까지 청구프로그램 등 전산프로그램 개발과 심사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아울러 일산병원의 비보험을 포함한 행위별 자료를 기반으로 포괄수가 모형을 개발하고 환자분류체계와 적정원가 산출, 예외환자 분류, 증증도별 수가적용 등을 결정하고, 이를 일산병원에 시범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