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내 사랑
상태바
영화 - 내 사랑
  • 이경철
  • 승인 2007.12.17 0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판 "러브 액츄얼리"를 꿈꾸는 것 같은 옴니버스식 영화 "내 사랑"(감독 이한, 제작 오죤필름)은 너무나 진부해 입에 담기조차 쑥스러운 소재인 "사랑"을 뻔뻔스럽게도 대놓고 들이댄다.

용감하다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잠시 헷갈린다.

"러브 액츄얼리"와 같이 옴니버스식 구성인 "내 사랑"에는 네 쌍의 커플이 등장한다.

감우성-최강희가 호흡을 맞춘 세진과 주원, 류승룡-임정은 콤비의 정석과 수정, 정일우-이연희 커플의 지우와 소현, 그리고 여자는 막판에 잠깐 얼굴만 비치는 진만(엄태웅) 커플이 그들이다.

사실 포스터나 예고편이 던져주는 영화의 분위기는 "러브 액츄얼리"식의 따스하고 훈훈한 로맨스물이지만 막상 영화를 보면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어서 관객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

특히 네 커플 중 대표선수 격인 감우성-최강희 커플의 우울하고 비극적인 분위기는 초반의 엉뚱하고 통통 튀는 캐릭터 설정에도 불구하고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무겁고 심각하게 가라앉히는 마력을 발휘한다.

"러브 액츄얼리"나 "로맨틱 홀리데이"같이 로맨틱하고 온기 넘치는 크리스마스 시즌용 영화를 만드는 것이 제작진의 의도였다면 꼭 그런 식의 안타깝고 비극적인 설정이 필요했을까 하는 의아심이 든다.

에피소드 간에, 또 등장인물 간에 적잖은 편차가 있는 것도 영화의 불균질성을 부각시키는 데 기여한다.

7명의 주인공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이명세 감독의 문제작 "M"의 헤로인으로 주목받았던 신인배우 이연희다.

그는 주인공 중 가장 나이가 어림에도 불구하고 딱 자기 나이 또래인 여주인공의 가슴 두근거리는 첫사랑의 풋풋함을 더할 나위 없이 실감나게 연기해 단연 빛을 발한다.

최강희가 연기한 엉뚱한 캐릭터는 다분히 그가 출연했던 흥행작 "달콤살벌한 연인"의 이미지를 활용한 듯이 보이지만 너무 작위적이어서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겉도는 듯한 느낌이다.

임정은-류승룡 커플은 무난한 편이어서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이어가는 데 큰 무리가 없다.

엄태웅의 경우 "프리허그" 운동을 하느라고 사랑하는 연인을 놓아두고 오랫동안 해외를 떠돌다 귀국하는 설정으로 돼 있는데 그가 왜 그토록 사랑하는 연인과 헤어지면서까지 "프리허그" 운동을 하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언급되지 않아 뭔가 나사 하나가 빠진 듯이 느껴진다.

엔딩 크레디트에 이름이 올라온 이한위나 서신애의 경우 정작 영화에는 모습이 등장하지 않는 걸로 미뤄봤을 때 제작진의 안타까운 필름 커팅 작업이 있었으리란 추측을 해볼 뿐이다.

1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