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용의주도 미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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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용의주도 미스 신
  • 이경철
  • 승인 2007.12.14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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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의 표현 그대로 "자아도취해 있는 여자가 남자 여러 명을 만나 자가당착에 빠졌다가 자아실현하게 된다"는 이야기. 기획 단계부터 칙릿(Chick-lit) 소설을 빼닮은 영화로 만들겠다는 연출 의지가 굳셌던 이런 코미디의 성공은 그 여주인공이 "원맨쇼"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시사회를 통해 첫선을 뵌 "용의주도 미스 신"은 일단 주연배우 한예슬의 몸을 던진 생기발랄함으로 분위기를 제대로 살린 것으로 보인다. 90% 이상의 촬영 분량을 소화해 나오지 않는 장면이 거의 없는 한예슬은 열심히 뛰고 배짱 있게 망가진다. 남자를 쇼핑하듯 고르는 "된장녀"의 표상이지만 미워하기 어려운 캐릭터로 만들기 위해 땀흘린 흔적이 역력하다.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에 충실하면서도 과장된 캐릭터와 자잘한 에피소드를 통해 독창적인 색을 입히려 한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적이다. 또 상당수 한국 코미디들이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주려 무리하다 흔히 저지르는, 억지 눈물의 늪에 빠지지 않은 점도 높이 살 만하다.

다만 뻔한 웃음 코드에 끼워 맞추기 위해 극단적으로 만들어진 상황이 많아 스크린에서 현실성이나 진지함을 찾으려 한다면 하품만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또 여자 관객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남자 관객의 기분은 아랑곳하지 않은 영화이므로 여자친구 손에 이끌려 극장을 찾은 남자 손님이라면 극장 문을 나서면서 머쓱한 기분이 되기 쉬울 것.

또 하나, 영화에 나오는 한 이동통신사 간접광고(PPL)는 아예 제품 및 서비스 특징을 그대로 읊는 직접 광고에 가까워 보기 민망할 정도다.

저돌적인 성격으로 촉망받는 광고기획자 미수(한예슬)는 괜찮은 남편감을 찾아 오늘도 "남자 사냥" 중이다. 먼저 성당에서 만난 재벌 3세(권오중)를 유혹하려 자원봉사에 헌신하는 청순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의 눈에 들기 위해 애쓴다.

대학 때부터 자신을 졸졸 따라다닌 고시생(김인권)에게는 외모나 성격이 남자답지는 않지만 사법고시에만 합격하면 앞길이 열린다는 생각으로 공부만 열심히 하라고 닦달한다. 클럽에서 춤추다 만난 연하의 래퍼(손호영)에게는 별 생각이 없지만 따라다니는 걸 굳이 막지는 않는다.

미수는 이들을 만나느라 바쁘지만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이웃 남자(이종혁)의 화분을 발로 차 깨뜨리면서 그와 사사건건 엮이기 시작한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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