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허브 도시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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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허브 도시 꿈꾼다
  • 박현
  • 승인 2004.12.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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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대학병원 개원 후 대전 의료지형도 급변
올 한해 대전지역의 의료 지형도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변화를 겪었다.

가장 큰 변화로는 지역 의료기관에 대한 지역민들의 의식 변화.

중부권 최대 규모인 을지대학병원의 둔산 이전 개원을 시작으로 지역 병원간에 시설, 장비, 인력 경쟁이 불붙었고 그 결과 그동안 수도권에 가서야 맛볼 수 있었던 첨단 의료기기와 질 높은 의료서비스 혜택을 가까운 곳에서 누릴 수 있게 되자 주민들은 서울로 향하던 발길을 서서히 지역 의료기관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그 변화의 한 가운데에는 지난 4월 둔산동에 개원한 을지대학병원이 서 있다.
1천53개의 병상과 첨단 의료장비 도입 등 규모면에서나 시설면에서 공히 "중부권 최대병원"을 표방한 메머드급 병원의 등장은 그동안 정체되어 있던 지역 의료계에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인근의 타 병원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함으로써 상호간에 발전적인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을지대학병원은 빌딩 자동화시스템(IBS) 및 필름 없이 디지털 형태로 의료정보를 전송하는 PACS시스템, 자동처방 전달시스템(OCS), 무인반송설비 시스템 등 최첨단 의료설비 시스템은 물론 "암 진단기술의 혁명"이라고 불릴 만큼 뛰어난 PET/CT와 싸이클로트론을 수도권 이외의 지역으로는 처음으로 도입해 지역의료계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또 충남대병원도 소아병원과 응급의료센터를 신축해 1천13병상의 대형병원으로 거듭났고 건양대병원도 병동을 증축해 병상수를 738개로 늘리는 등 시설 확장에 나섰으며 카톨릭대 대전성모병원과 선병원도 최근 내부시설을 대폭 개·보수하여 새로운 이미지로 거듭났다.

이러한 지역 병원들의 막대한 투자와 최첨단 장비의 연이은 도입, 서비스 개선 노력들은 지역주민들에게 양질의 선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경제적 부담도 덜어 주는 한편 궁극적으로 수도권과의 의료 격차를 줄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아픈 몸을 이끌고 유명병원을 찾아 수도권으로 올라 가던 지역의 환자들이 서서히 발길을 돌려 지역의 의료기관을 찾기 시작한 것은 물론 서울로 올라가던 부산, 광주 등 영·호남의 환자들, 심지어 서울이나 경기 등 수도권의 주민들까지 대전 지역을 찾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실제로 을지대학병원이 둔산 개원 직후인 지난 5월1일부터 11월30일까지 6개월간의 지역별 환자를 조사한 결과, 지리적으로 수도권에 가까운 보령, 서산, 아산, 천안, 당진, 예산, 태안, 홍성 지역 등 도내 남·북부 지역에서 온 내원 환자수가 3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천1백여명보다 약 2.7배나 늘었다.

또 KTX의 개통으로 수도권에 더 가까워진 천안은 1백여명에서 5백여명으로 무려 5배의 증가율을 보여 앞으로 의료지방화 시대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해주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최첨단 시설과 기기, 그리고 유명 의료진 영입 등을 통해 수도권과의 의료 격차를 없애는 차별화 된 의료마케팅이 적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실례로 을지대학병원은 뇌수술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고 알려져 있는 뇌기저부 수술에 있어 최고의 명성을 갖춘 의료진을 병원개원과 함께 영입해 수도권의 유명 병원을 비롯, 전국의 각 병원에서 수술이 불가능할 경우 이곳으로 수술의뢰가 오고 있고, 이 때문에 대전지역 환자들이 서울의 병원을 찾았다가 담당의사의 추천에 의해 다시 대전으로 내려오는 진풍경도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

을지대병원에서 지난 6개월 동안 뇌수술을 받은 환자 70여명 가운데 45%인 30여명이 타 지역에서 온 환자였고, 전체의 약 11%가 서울지역 환자였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신경외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어서, 지난 6개월간 타 지역에서 을지대학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4만2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만2천여명보다 약 90%가 늘었다.

지역별로는 대구가 1백10여명에서 1천2백여명으로 무려 11배 가량 늘었고 인천 4배, 광주 2.3배, 서울 1.9배, 부산 79%, 전남 62%, 경북 59%의 증가율을 보이는 등 남부 지방의 환자가 급증했다.
이는 수도권의 유명 병원과 비슷한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면서도 지리적으로는 훨씬 가깝기 때문으로 대전지역이 의료 허브 도시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대전이 지닌 사통팔달의 지리적 이점과 유성온천 및 금산 인삼이라는 관광자원을 적극 활용하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던 지역 환자들의 발걸음을 되돌리는 것은 물론 전국을 아우르는 의료 특성화 도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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