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 의결 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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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피해구제법안 의결 무산
  • 정은주
  • 승인 2007.09.1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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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위 전체회의 "논의 더 필요...의료계 입장 반영을"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이 의료인에게 불리하고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여야의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의결이 무산되고 법안심사소위원회로 재회부됐다.

다만 여야의원들은 10월 12일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가결시키고 연내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회의에선 통과되지 않았지만 더 이상 미루지 않고 17대 국회 회기 내에는 어떻게든 꼭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9월 11일 오후 3시 30분부터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의료사고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에 대해 논의했으나 법안심사소위원회 논의가 2시간만에 끝난 점이나 한나라당 의원이 1명만 참석한 점을 비롯한 절차상 문제는 물론 환자보호를 강조하다보니 상대적으로 의사들에게 불평등한 법안이 됐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됐다.

이날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은 “법안소위에 한나라당 의원 1명이 참석해 찬성의사를 밝히고 이제 와서 재논의하자는 것은 한나라당으로서 우습게 됐고 논리적으로 곤혹스럽지만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200-300병상의 중소병원은 문을 닫는 병원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며, 이 법이 통과되면 중소병원은 방어진료 차원에서 대형병원으로 응급환자를 이송할 것”이라며 “대형병원은 흉부외과 등 의료과실이 많은 고위험 진료과에 대한 전공의 기피현상이 심각하고, 성형외과 등만 선호하는 상황인데 법이 통과될 경우 이같은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종합보험에 가입하면 보험액이 커지고 병원비가 올라가는 등 파생되는 문제가 많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따라서 전체회의에서 법안을 통과시키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공청회 등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접근할 것을 주문했다.

이날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이라는 명칭부터 가치중립적이지 못하다”며 “환자는 피해자, 의료인은 가해자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에 의료분쟁조정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

박 의원은 의료사고 배상책임과 관련해 환자 ‘고의’로 인해 발생한 경우 보건의료기관 개설자와 의사의 입증책임을 면제해주는 규정이 있으나 여기에 ‘중과실’도 포함하는 방안을 내놨다. 입증책임이 현재 환자에게 있기 때문에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가 있지만 입증책임을 의료인에게 넘겨도 무기대등의 원칙에서 벗어나기 때문에 환자나 의사에게 입증책임 의무를 지우기보다 사건에 따라 판사의 판례를 따르는 것이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제정안은 의료인에게 불리하고 환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기울어져 소극적 진료와 방어적 진료가 우려된다”며 “판례의 취지에 걸맞는 방향으로 입증책임을 전환할 것”을 강조했다.

법안의 본문을 대폭 수정해서 환자의 어려움은 물론 의사의 어려움도 반영하는 절충된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박 의원의 주장이다.

한나라당 전재희 의원도 “재심의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고 전제한 뒤 “논의과정에서 법률명칭은 보건의료분쟁조정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로 변경하고, 의료사고의 정의에 ‘고의나 과실로 인하여’라는 문구를 삽입해 정확성을 기하는 한편 임의적 조정전치주의를 필요적 조정전치주의로 바꿔 고달픈 소송절차보다 적절한 행정절차를 거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 줄 것”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요구했다.

한나라당 김충환 의원은 “한나라당 대표로 법안소위에 참여해 만장일치로 통과시키긴 했지만 재논의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안명옥 의원도 논의 2시간만에 만장일치로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우려를 전했다.

반면 법안심사소위원장인 양승조 의원은 의원들이 우려하는 바는 법안소위에서 모두 논의된 내용이라며 통과시킬 것을 주장했고, 법안 초안을 발의한 이기우 의원도 불리한 입장에 있는 환자들을 위해 형평성을 기하려고 환자에게 편중된 법안을 만들게 됐다며 입법취지를 설명했다.

이날 여야의원들은 의료사고피해구제법을 법안심사소위원회로 재회부해 다시 논의한 뒤 10월 12일 복지위 전체회의, 연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시키자는 일정에는 모두 합의했다.

한편 이날 전체회의 시작에 앞서 대한병원협회 김철수 회장을 비롯한 성익제 사무총장, 대한의사협회 주수호 회장 등 관련단체장들이 대거 국회를 방문, 의료사고 피해구제법 처리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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