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탁물 18톤, 아산병원 세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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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세탁물 18톤, 아산병원 세탁실
  • 정은주
  • 승인 2007.09.1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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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유일하게 병원직영 세탁실 운영...비용 3배 이상 절감

한번에 60kg의 세탁물이 12칸짜리 연속식 세탁기로 들어가면 예비세탁과 본세탁, 헹굼, 린스, 탈수 과정을 거치는 데는 30분. 세탁기에 넣어 빨고 헹구고 나면 자동으로 건조기로 넘어간다. 건조를 마쳐서 빨래집게 같은 것에 꽂으면 저절로 다림질과 개는 작업까지 이뤄진다. 1천157m²의 작업장에서 이렇게 세탁되는 물량은 하루 18톤.
서울아산병원 물류팀 중앙공급유니트 린넨파트에서 이뤄지는 작업이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세탁공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대부분 대형병원은 세탁작업까지 병원에서 진행하기에는 ‘공간부족’이라는 공통된 어려움에 직면, 외주업체에 맡기고 있으나 이 병원은 세탁물의 품질관리와 원활한 공급을 위해 개원 때부터 ‘직영’을 감행했다.

경영진이 바뀔 때마다 외주를 고민할 만큼 의료기관에서 세탁실을 직접 운영하는게 쉽지 만은 않은 상황이지만 서울아산병원 물류팀 중앙공급유니트 임바올라 전임은 “비용도 절감되고 무엇보다 세탁물의 품질을 직접 관리할 수 있어 환자만족도가 높다”며 장점을 강조한다.

▣대형 세탁기가 알아서 빨래부터 개기까지 척척
세탁실은 전공정이 자동화 돼 있으며, 58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새벽 4시가 조금 넘으면 직원들이 출근해 병동별로 다니면서 수거작업에 나선다.
임바올라 전임은 “세탁물을 수거할 때 입구를 묶어서 밀봉상태에서 수거하는지 여부가 의료기관평가에 반영되고 있다”며 “1주기 평가에선 세탁장도 해당 평가지표가 많았으나 올해부턴 대부분 불필요해 삭제되고 입구를 묶는지 여부만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거돼 온 세탁물의 종류는 린넨류로 시트, 환의, 이불, 수술복, 검사복류 등 종류만 70여종. 여기에 환의만 하더라도 스몰(S)사이즈부터 7XL까지 사이즈가 다양하고 정형외과용, 중환자용 등 환의의 종류도 다양하다.

환자들이 사용한 세탁물인 만큼 피나 수액 등이 묻어 있어 직원들은 앞치마와 방수가운 마스크, 장갑, 안면보호대 등을 착용하고 분류작업에 들어간다. 함께 세탁이 가능한 종류끼리 분류하는 일이다. 항생제 내성환자가 사용한 옷은 별도로 분류, 처리하고 일반 세탁물은 세탁기로 들어가게 된다. 재사용이 불가능한 것 예를 들어 CJD(광우병) 의심환자가 사용한 옷은 별도 세탁기에서 세탁한 뒤 멸균 후 폐기처분한다.

세탁물을 담으면서 세탁기 설정시 종류를 입력하면 빨래는 물론 탈수까지 마친 빨래가 배출구도 자동으로 지정된다. 먼저 한 통에 60kg짜리 세탁조에 빨래를 담으면 터널형태로 생긴 세탁기로 통이 들어간다. 12칸짜리가 동시에 구동되며, 예비세탁부터 본세탁, 헹굼, 린스, 탈수에 이르는 세탁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빨래를 마치고 나온 세탁물은 건조기가 자동으로 옷감을 감지해 투입, 시트와 환의는 8분, 수술용 방포류는 25분간 130도가 넘는 고열에서 건조단계를 거친다. VR이나 MRSA는 60도에서 사멸하므로 소독까지 되는 셈이다.

다음 과정은 검수. 여기선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길이 필요하다. 일일이 남아있는 얼룩이 있는지, 찢어진 곳, 단추 떨어진 것은 물론 주머니 속까지 검수를 마치면 빨래집게처럼 생긴 것으로 집는다. 세탁물이 저절로 대형 다리미판으로 들어가 다림질을 마치고 반듯하게 개어진 옷이 나오면 10장씩 밴딩을 끝으로 세탁과정이 마무리된다.

건강검진 수진복은 다림질도 일반 세탁소 다리미와 같은 것으로 사람이 직접 꼼꼼히 다린다. 검진환자에 대한 배려다.

이후에는 방포 사이즈별로 분류한 뒤 배포하는 작업이 남아있다. 오염을 막기 위해 수거카트에는 빨간색, 불출카트에는 노란색 스티커를 붙여 구분, 운반한다.
수술방포류는 중앙공급실에서 멸균과정을 거쳐 수술실로 가고, 일반 린넨은 각 병동으로 운반된다.

▣3D업종, 고령의 직원들 빨래하느라 비지땀
세탁실은 청정지역과 오염지역으로 구분된다. 세탁전 세탁물을 분류하는 곳은 오염지역, 이외의 지역은 청정지역이다. 항상 깨끗한 환경을 유지해야 하지만 세탁물에는 나오는 먼지와 기계소음으로 인해 작업환경이 좋진 않다. 스팀, 건조, 다림질 등으로 인해 내부는 마치 찜찔방 같다. 분진과 내부온도를 위해 쿨러를 가동하고 하루에 3번 이상 세탁장 청소를 통해 늘 깨끗한 작업환경을 유지하기 위해 직원들은 자체적으로 노력중이다.

임바올라 전임은 “내년에 병원증축이 완료되면 약 700병상 가량 병상이 증설될 예정이어서 핸드로봇도 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탁작업이 3D업종이어서 대부분 직원이 고령화됐다. 대부분 일을 기계가 하고 있지만 분류된 세탁물을 세탁조에 60kg씩 담는 일은 현재 사람이 직접 하고 있다. 근골격계질환 등이 우려되고, 체력소모가 많아 조만간 핸드로봇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직원들의 흰가운은 직접 가져올 경우 세탁이 되지만 간호복이나 유니폼은 세탁예외 품목이다. 고온에서 열처리되는데 요즘 간호복이나 유니폼의 경우 100% 면을 사용하는 제품이 거의 없기 때문. 대형세탁기기를 이용하기 어려운 점도 있지만 수천명에 이르는 직원들의 옷을 세탁하는 작업보다 일일이 수거하고 주인을 찾아주는 작업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가운 외에는 세탁이 안된다. 부서별로 특수화․차별화로 복장에 변화를 주다보니 세탁이 곤란한 품목도 점차 늘어가고 있다.

관리부서 가운은 하루 약 300장, 환의는 약 3천장. 모든 세탁물은 당일 처리하고 있으며 시트나 환의 등은 6배수로 여유분을 두고 운영하고 있다.

시트의 사용연한은 약 60회이므로 두세달이면 교체주기다. 세탁장에서 낡은 것을 분류해서 폐기한다.

▣인터뷰 - 물류팀 중앙공급유니트 전임 임바올라

세탁된 옷이지만 주머니에서 세탁기를 거쳐 나온 휴지조각을 발견하면 왠지 찝찝한 기분이 든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세탁이 별거 아닌거 같지만 고객만족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임바올라 전임은 고객만족 차원에서 개인의 취향과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다. 고열처리를 하다가 단추가 깨지기라도 하면 환자들은 바로 기분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단추가 떨어진 것은 없는지, 주머니 안까지 깨끗한지 살펴보고 작은 구멍이라도 있으면 즉각 폐기처분한다.

그는 “이런 측면에서 원내에 세탁실을 두면 좋아요. 품질관리가 잘 되거든요. 다른 병원 직원들 만나면 늘 세탁물 얼룩이나 다림질 상태 등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지만 저희는 즉각 확인하고 개선할 수 있습니다.”

그는 “3-5배의 비용절감에도 불구하고 모든 병원들이 세탁을 외주로 운영하고 있는 만큼 직영운영이 쉽지 않다”며 장비교체나 직영운영 등에 대해 최고경영진의 결정에 감사를 표했다. 외주시 단가가 내려가면 세제를 적게 사용하는 등 품질이 내려갈 수밖에 없고, 막상 병원까지 배달돼 온 린넨에서 얼룩이 발견되더라도 일일이 검수하거나 이를 개선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병원내에서 연 2회 실시되는 환자만족도 조사에서도 늘 린넨 청결도는 96-97점을 받아 거의 최고 점수를 기록하고 있다. 보통 80점 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반면 애로사항도 늘 따라다닌다. 한번도 멈춘 적이 없는 기계인데도 장비가 멈추면 린넨공급이 안되므로 불안감이 가시질 않는다.

분리수거도 주의사항. 린넨류를 수거하는 과정에 바늘이나 주사침이 딸려나오는 경우도 있다. 분류과정에서 발견되면 다행이지만 그대로 세탁할 경우 장비에 손상이 생길 수 있어 직원들이 각별히 분리수거에 신경써주길 당부하기도 했다.

환자들에게는 주머니를 꼭 확인해 줄 것도 잊지 않았다. 적게는 몇만원이지만 때론 수백만원이 든 돈봉투가 발견되기도 하고, 핸드폰은 흔하게 나오는 품목이다. 다행이 환자가 먼저 알고 올 경우에는 찾아줄 수 있지만 이미 세탁기를 통과한 경우도 많다.

임바올라 전임은 “현재 저희 병원 세탁실은 ISO품질인증을 받기 위해 서류심사 및 실사과정에 있다”며 “9월중에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간배치 과정에서 시설팀이 환경부분에 있어 많은 배려를 해줬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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