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애프터 미드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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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애프터 미드나잇
  • 윤종원
  • 승인 2007.08.20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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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찬가

이탈리아 다비드 페라리오 감독의 "애프터 미드나잇"은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지만 사랑의 마법보다는 영화의 힘에 대해 할 말이 더 많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영화란 인생의 진실을 내보이면서 기적을 만들어내는 존재라고 믿는 고전영화 팬들을 위한 영화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도시 토리노의 영화박물관에서 야간 경비원으로 일하는 마르티노(조르지오 파소티)는 오래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그에게 박물관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삶의 터전이며 박물관에 보관된 영화들은 그의 유일한 친구다.

그는 햄버거를 싫어하지만 근처 패스트푸드 가게에서 일하는 점원 아만다(프란체스카 이나우디)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어 매일 가게를 찾아 같은 음식을 주문한다. 그러나 마르티노는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 탓에 가게에서만 맴돌 뿐 아만다에게 직접 사랑을 고백하지는 못한다.

게다가 아만다에게는 앤젤(파비오 트로이아나)이라는 애인이 있다.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앤젤의 직업은 차량 절도범이다. 앤젤은 아만다를 곁에 두고도 소중함을 느끼지 못하고 밖으로만 나돌면서 아만다를 외롭게 만든다.

어느 날 밤 아만다는 가게에서 자신에게 못되게 구는 사장의 발에 끓는 기름을 부어버린다.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 아만다는 영화박물관으로 향하고 마르티노에게 잠시 몸을 숨길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마르티노에게는 절호의 기회. 그는 아만다를 자신의 방에서 재우고 시사실에서 함께 영화를 보며 사랑을 키워간다. 그러나 아만다에게서 며칠 동안 소식이 끊기자 뒤늦게 사랑을 깨닫고 애를 태우던 남자친구 앤젤은 그녀가 마르티노와 단 둘이 박물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연인을 되찾기 위해 권총을 챙겨들고 나선다.

"애프터 미드나잇"의 매력은 중간중간 버스터 키턴의 흑백 무성영화와 자막을 활용한 주인공들의 소통이다. 어두컴컴한 시사실 안에서 주인공들은 영화를 보며 낭만에 젖고 사랑에 빠지는가 하면 인생의 반전도 맞는다. 스크린 속 영화박물관에 맺히는 형형색색의 빛들은 영화에 삽입된 흑백영화의 깊은 음영과 함께 아름다운 화면을 만든다.

"애프터 미드나잇"은 영화를 향한 넘치는 애정으로는 "시네마 천국"을, 남자 2명과 여자 1명의 알쏭달쏭한 삼각관계를 다룬 내용으로는 프랑수아 트뤼포의 "줄스 앤 짐"을 연상시킨다. 다만 이 영화들에 비해 이야기가 두텁지 못해 틀을 깨고 앞으로 크게 나아가지는 못한다.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만 23일부터 만날 수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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