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수 생쥐 행동차이, 코 속 미세기관에서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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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수 생쥐 행동차이, 코 속 미세기관에서 비롯
  • 윤종원
  • 승인 2007.08.07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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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쥐의 암수컷에게서 보이는 엄청난 행동상의 차이는 두뇌 회로 차이가 아니라 코 속의 미세한 기관에서 비롯된다는 연구가 나왔다.

미국 하버드대와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공동 연구진은 네이처지 최신호에 실린 연구보고서에서 TRCP2라 불리는 유전자를 제거한 암컷 생쥐들이 수컷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유전자가 제거되면 서골비(鋤骨鼻)기관(VNO)이라 불리는 제2의 후각계통이 마비되는데 VNO에 밀집된 수용체 세포들은 육지 등뼈동물에게 공격반응과 성적 반응을 유발하는 원시물질 페로몬을 감지하는 역할을 한다.

TRPC2 유전자의 기능이 마비된 암컷 생쥐들은 놀랍게도 암쥐들의 냄새를 맡고 쫓아다니며 엉덩이를 마구 흔드는가 하면 수컷 생쥐에게 돌진하고 올라타며 발정난 수컷처럼 찍찍대는 등 흥분한 수컷의 행동을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생쥐들은 완전히 수컷처럼 행동하지는 않아 전형적인 암컷 방식으로 수컷과 짝짓기를 했으며 정상적인 수컷 생쥐와 달리 다른 수컷들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들은 새끼를 낳은 뒤엔 다시 무책임한 수컷처럼 변해 새끼들은 돌보지 않고 새로운 짝짓기에 몰두하는 경향을 보였다.

새끼가 태어난 뒤 보통 암쥐들은 80%의 시간을 둥지에서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며 보내는데 수유기에는 수컷 침입자를 공격하고 구애를 거부한다.

그러나 돌연변이 암컷들은 새끼를 낳은 지 이틀이 지나자 집을 떠나 새로운 상대와 짝짓기에 들어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유전자 조작 생쥐의 행동이 이처럼 달라지는 다른 요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정상적인 암컷 생쥐의 VNO를 제거한 뒤 똑같은 변화가 생겼음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암컷과 수컷의 성적 행동이 너무나 다른 원인을 발견하기 위해 두뇌 구조 차이를 찾는데 몰두해 온 학자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최소한 생쥐에게 있어 암수의 두뇌회로에는 차이가 없어 암컷 생쥐의 두뇌에도 수컷의 행동과 완벽하게 일치하는 회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인간과 같은 고등 영장류에는 VNO가 없기 때문에 이 연구가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겠지만 성별에 따른 행동 특성을 이해하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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