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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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
  • 윤종원
  • 승인 2007.08.0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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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한국 코미디

"가문의 영광"의 정준호와 "가문의 위기"의 김원희가 코미디 영화로 만났다. "사랑방 선수와 어머니"(감독 임영성,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ㆍ아이비픽쳐스ㆍ올리브나인)는 유쾌한 제목과 두 배우의 출연만으로도 화제를 모은 영화다.

제목에서 볼 수 있듯 주요섭의 단편소설 "사랑 손님과 어머니"의 인물 구도와 기본 설정을 따 왔지만 무대는 1930년대 시골 읍에서 2000년대 지방 소도시로 옮겨졌다. 영화의 줄거리는 소설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 이 영화는 전반부에서 열심히 웃긴 뒤 후반부에서 눈물을 빼려고 작정한 영락없는 국산 코미디다.

서울에서 흥신소를 운영하는 덕근(정준호)은 아버지가 물려준 엄청난 빚을 떠안고 있다. 어느 날 현금 다발이 든 가방을 들고 와 잃어버린 손녀를 찾아달라는 할머니의 의뢰를 받은 덕근은 그 손녀의 흔적을 쫓아 지방에 내려간다.

덕근이 세든 집의 주인이 바로 젊은 싱글맘 혜주(김원희)다. 혜주는 열다섯 살에 딸 옥희(고은아)를 낳고 딸을 위해 작은 술집을 운영하면서 하숙까지 치는 부지런한 여성이지만 결정적으로 발랄함이 지나치다. 철없는 엄마와 까칠한 성격의 모범생 딸은 잘생긴 사랑방 손님을 동시에 마음에 두고 애정공세를 펼친다.

의뢰인의 손녀도 찾지 못하고 빚 독촉에 시달리던 덕근은 우연히 혜주의 통장에 무려 1억 원이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한다. 덕근은 통장 비밀번호를 알아내려 다양한 수법을 동원하지만 실패하고 결국 혜주를 유혹하는 쪽으로 작전을 바꾼다. 그러나 혜주를 평생 짝사랑해 온 마을 청년회장 성칠(임형준)의 방해공작에 그마저도 만만치 않다.

영화에서는 소설의 애틋한 구성이 사라졌지만 소설 속 설정은 곳곳에서 코미디 요소로 바뀌어 등장, 웃음을 준다. 점잖은 사랑방 손님과 조신한 과부 어머니를 갈라놓는 것이 봉건적 윤리였다면 사기꾼 사랑방 선수와 천방지축 미혼모 어머니를 갈라놓는 것은 돈이다.

여섯 살의 순수한 눈으로 이들을 바라보던 사랑의 메신저 옥희는 열다섯 살의 모범생으로 바뀌어 젊은 엄마의 라이벌이 된다. 손님과 어머니 사이의 애절한 애정의 상징이었던 "삶은 달걀"까지 정준호의 "내가 뱀 새낍니까? 매일 풀밭에서 알만 먹게?"라는 대사 앞에서 폭소의 매개체로 바뀌었다.

그러나 영화는 전반부에 웃음의 장치를 곳곳에 심어놓고도 이를 활용해 깔끔하게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주인공들이 도대체 어떻게 애정의 위기를 극복했는지 개연성이 없고 훼방꾼 조연에게 과도한 당위성을 부여하다 영화의 흐름이 부자연스러워졌다. 웃음만으로는 부족해 감동까지 주려는 욕심이 지나쳐 서둘러 결말부터 지은 점은 과거 한국 코미디의 단점을 답습한 것으로 비친다.

연출을 맡은 임영성 감독은 "비천무" "선물" "무영검" 조감독을 거쳐 이번에 장편 영화를 처음 내놨다.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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