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영원한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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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영원한 여름
  • 윤종원
  • 승인 2007.07.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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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통과의례, 영원한 여름

여름과 청춘은 그 뜨거움으로 경우에 따라서는 회복 불가능한 화상을 입힌다는 점에서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하물며 여름을 통과하는 청춘이야.

이 영화는 인생의 "여름"인 20세 전후에 뜨겁게 통과의례를 치르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다. 게다가 대만에서 건너왔다. 습기 가득한 여름의 열기가 화면을 뚫고 나와 숨을 턱 막히게 한다.

캉정싱(브라이언트 장)과 위샤우헝(요셉 장)은 시골 초등학교에서 처음 만났다. 담임 선생님은 하도 말썽을 부려 "왕따" 신세인 위샤우헝을 위해 캉정싱이 "수호천사"가 돼줄 것을 부탁한다. 캉정싱은 선생님의 그런 부탁이 당황스럽고 싫었지만 반장의 의무감으로 매사 위샤우헝을 돕게 되고 결국 둘은 단짝이 된다. 이렇게 시작된 우정은 위샤우헝이 농구 특기생으로 캉정싱과 같은 대학에 진학하면서 계속 이어진다.

그런데 캉정싱의 태도가 좀 이상해진다. 고교 동창 후이지아와 교제를 시작하고도 늘 캉정싱과 어울리기를 원하는 위샤우헝과 달리 캉정싱은 시험과 공부 핑계를 대며 거리를 두려고 한다. 캉정싱이 상처를 받을까봐 후이지아와의 교제 사실도 숨겼던 위샤우헝은 변한 캉정싱을 보며 괴로워한다.

그러나 위샤우헝은 엄청난 비밀을 모르고 있었다. 캉정싱이 어느 날부터 위샤우헝을 우정 이상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또 후이지아가 사실은 캉정싱을 좋아했으나 실연당한 것을 말이다.

터질 듯한 이들 청춘의 고민은 외로움에 대한 공포, 인간애로 귀결된다. 세 남녀의 괴로움은 언뜻 각기 다른 지점을 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같다. 곁에 있어줄 누군가, 몸과 마음의 공허함을 채워줄 누군가를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점이 그렇다. 두 남자 사이에서 괴로워하는 후이지아 역시 이혼한 부모 밑에서 자란 반항아. 누구보다 정이 그립다.

영화는 엄청난 무게로 다가오는 동성애라는 소재를 10대의 풋풋하고 순수한 감정과 매치해 부담감을 줄였다. 동성애 역시 성장통의 하나로 녹이면서 소재에 대해 있을 수 있는 편견이나 거부감을 희석시킨 것이 가장 큰 특징.

덕분에 다른 퀴어 멜로 영화와 달리 관객은 극장 문을 나설 때 가슴을 짓누르는 안타까움 대신 뜨거웠던 자신의 청춘을 음미하게 될 것이다.

8월2일 서울 씨네큐브와 명동CQN에서 개봉한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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