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아동은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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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 아동은 괴로워
  • 윤종원
  • 승인 2007.07.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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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댁의 아이들은 건강하나요. 아이가 뚱뚱하다고 상처를 주진 않았나요?"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스토에 사는 린 맥아피(58)씨.

그녀는 몸이 아파도 선뜻 병원에 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어린시절 한 의사가 뚱뚱한 그녀에게 고릴라를 닮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아무렇지 않게 던진 이 말 한 마디가 그녀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가 됐다.

그녀는 "선생님들조차 내가 뚱보라고 괴롭힘을 당할 때 도와주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날로 증가하고 있는 아동 비만이 신체질환에 그치지 않고 정신적 고통까지 수반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예일대학과 하와이대학 공동 연구팀이 심리학 회보(Psychological Bulletin) 최신호(7월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비만 아동들이 또래 친구들은 물론 교사, 심지어 부모의 편견에 찬 시선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난 40여년간의 아동 비만에 관한 모든 연구를 분석,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1999년 중.고등학교 교사 11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교사들의 20%는, 비만인 사람은 단정치 못하고 성공할 가능성이 낮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뚱뚱한 여학생들이 평균 체중의 여학생들보다 부모로부터 대학 학비 지원을 적게 받는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심지어 3살짜리 어린 아이도 뚱뚱한 또래 친구를 멍청하고 보기 흉하다고 생각했다.

또 체중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는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고혈압, 섭식 장애와 같은 건강 문제로 고통받는 것은 물론 자살까지 생각할 가능성이 2∼3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비만 아동들의 삶의 질이 암환자에 비견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또래 친구들과 부모, 교사 등이 비만 아동에게 (뚱보라는) 오명을 뒤집어 씌우는 일이 만연돼 있을 뿐 아니라 무자비하기까지 하다"면서 "체중에 근거한 차별은 인종 차별만큼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실 아동 비만은 전 세계적인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오는 2010년이면 북미 지역의 아동 중 50%, 유럽연합(EU) 아동의 38%가 과체중일 것으로 연구팀은 예상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예일대 "루드 식품정책.비만 센터"의 레베카 M. 풀은 "아동 비만 방지 프로그램이 많아졌지만 비만 아동들이 이러한 괴롭힘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노력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만 아동의 삶은 질은 어린이 암 환자의 삶에 질에 비견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면서 "비만 아동들은 언론, 학교, 가정 등 사회 모든 곳에서 뚱보라는 낙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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