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 임신신고 의무화..사생활 침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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印, 임신신고 의무화..사생활 침해 논란
  • 윤종원
  • 승인 2007.07.1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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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정부가 뿌리 깊은 남아선호 사상에 따른 성비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여성들로 하여금 임신 사실을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힌두스탄 타임스가 13일 보도했다.

레누카 초우더리 인도 여성아동부 장관은 "모든 임산부들을 등록하도록 하면 낙태나 아동살해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펀자브, 하르야나, 우타르 프라데시주(州) 등 일부 지역에서 끊임없이 보고되고 있는 조직적인 낙태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임신 상황을 모니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아(男兒) 1천명당 여아(女兒) 수가 927명에 불과한 인도의 성비 불균형 통계를 거론하면서 "이 제도가 실행되면 의문의 낙태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부마니 라마도스 보건 장관도 "산모와 아이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마을에 임신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시설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혀 임산부 관리를 위한 구체적 계획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정부가 임신 보고를 의무화할 경우 임산부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는데다, 허용가능한 유산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정할 지에 대한 논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극히 사적인 임신과 유산에 대한 통계가 유출될 경우 상업적으로 이용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성 인권단체인 WPC의 란자나 쿠마리 대표는 "임신신고 의무화는 사생활의 과도한 침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국가 통제가 심한) 중국에서도 이런 사적인 자료를 구하지 못해 1가구 1자녀 운동이 실효를 거두지 못했는데, 민주주의 국가인 인도에서 그런 일이 가능하겠냐"고 반문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이 프로젝트가 전국의 보건소와 병원, 산원(産院) 등이 함께 나서야 가능한 일이며, 여기서 모아진 임신 관련 정보는 지역 보건소로 옮겨져 통합 관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계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남아선호 사상으로 인해 매년 낙태로 500만명 이상의 여자 아이가 태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태어난 직후 살해되는 경우도 흔하다.

펀자브주의 경우 남녀 성비가 1천명당 500-600명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마드야 프라데시주에서는 여아의 것으로 보이는 437명분의 유골이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인도에서 남아선호 사상이 유달리 강한 이유는 아들은 돈을 벌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반면 딸은 결혼하면서 기둥 뿌리가 뽑힐 정도의 지참금을 갖고가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의 비약적인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인도 가정에서는 아직도 부모 화장터에서 불을 붙이는 자격을 아들에게만 부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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