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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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샴
  • 윤종원
  • 승인 2007.07.1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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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판 전설의 고향 샴

2003년 공포영화 "셔터"로 국내 관객과 만났던 태국의 팍품 웡품ㆍ반종 피산타나쿤 감독이 "샴"으로 다시 한 번 태국판 "전설의 고향"을 선보인다.

이 영화의 주된 공포 요소는 무시무시한 얼굴로 거울 속에 나타나거나 침대 옆으로 스멀스멀 다가오는 귀신이다. 공포영화에서 쉴 새 없이 튀어나오는 섬뜩한 얼굴의 귀신은 아시아 관객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모습.

다만 샴쌍둥이라는 소재가 독특하고 주인공들의 질투와 외로움, 즉 한을 품게 되는 과정에 대한 세심한 묘사와 스릴러에 가까운 전개는 튼튼하다.

서울에 살고 있는 30대 초반의 태국 여성 핌(마샤 왓타나파니크)은 자상한 남편 위(윗타야 와수크라이파이샨), 한국인 친구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다 핌은 태국에 있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위와 함께 태국으로 향한다.

태국의 집은 거대하고 우아하지만 어딘가 음침한 분위기를 풍기는 저택이다. 이 집에서 핌에게 자꾸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죽은 쌍둥이 동생 플로이의 생김새를 닮은 귀신이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모습으로 계속 나타나는 것.

핌과 플로이는 몸의 일부가 붙은 채 태어난 샴쌍둥이었다. 15세 때 분리수술을 받아 핌은 무사히 살아났지만 플로이는 죽고 말았다. 핌은 자신 곁에 플로이가 계속 붙어다닌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고 위 역시 점점 이상한 일들을 목격하면서 핌의 말을 믿게 된다.

그 와중에 핌과 플로이, 위가 분리수술 직전 15세 때부터 병원에서 서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이들의 과거 모습이 하나씩 공개되면서 반전이 등장한다.

이 영화의 공포 요인은 새로울 게 없다. 눈앞에 무서운 장면이 펼쳐지기도 전에 음향 효과부터 달라지니 관객은 귀신의 등장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영화의 장점은 "기본기"를 갖춘 구성에 있다. 태어날 때부터 한 몸이었던 어린 자매가 심리적으로 분리되면서 빚어지는 비극은 설득력이 있다. 정신과 의사를 등장시켜 핌이 자꾸 귀신을 보는 현상을 의학적으로 풀어가려는 설정도 결말과 맞아떨어진다. 주연 배우들도 반전을 맞으면서 감정의 변화를 겪는 캐릭터를 그럴 듯하게 연기했다.

그러나 공포영화의 공식을 오차 없이 충실히 따라가던 영화가 갑자기 스릴러로 바뀌는 점은 다소 혼란스러워 집중력이 요구된다.

국내 관객에게는 영화에 "한국"이 자주 등장하는 점이 하나의 볼거리가 될 듯하다. 영화 초반부 배경이 서울이고 주인공은 친구들과 서툰 한국어로 대화를 나눈다. 주인공들은 태국에 돌아가서도 대화 속에서 한국이란 단어를 종종 꺼내든다. 심지어 우아하면서도 어두운 저택과 아름다운 가구는 한국 공포영화 "장화, 홍련"을 연상케 한다.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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