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라따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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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라따뚜이
  • 윤종원
  • 승인 2007.07.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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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생쥐의 활약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 쥐가 출현하면 밥맛이 달아나는 것은 물론 다시는 그 식당에 발걸음을 안 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듯 불결함의 대명사로 혐오 대상인 쥐가 사실은 그 식당의 숨은 요리사라면? 쥐가 음식을 갉아먹는 것이 사실은 음식의 신선도를 검사하고 간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면?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이 쥐를 "대장금"의 반열에까지 올렸다.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가 새롭게 선보인 "라따뚜이"는 주방 출입 금지 1호인 쥐가 절대 미각으로 인간들의 세상에서 요리를 한다는 기발하면서도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다. 여기에 갈수록 진화하는 픽사 스튜디오의 기술과 만나 현실감을 더한다.

생쥐 레미는 정체성의 혼란에 빠진다. 네발로 기어다녀야 하는데 음식을 먹는 앞발을 더럽힐 수 없다는 이유로 두발로 직립보행을 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이 더러운 음식을 훔쳐먹는 것을 보면서 제발 쓰레기를 먹지 말고 신선한 음식을 먹고 싶다고 외친다.

선천적으로 미각과 후각이 발달한 레미는 우연한 기회에 프랑스 파리의 별 다섯 개짜리 최고급 레스토랑에서 인간 요리사 몰래 수프의 간을 맞추게 된다.

그런데 인간의 손바닥만 한 작은 생쥐가 어떻게 주방에서 요리를 할 수 있을까. 레미는 국자 등 각종 요리기구를 타고 넘으며 서커스를 하듯 부글부글 끓는 솥에 양념을 뿌리고 재료를 붓는다. 그 모습이 어찌나 리드미컬한 지 관객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어느새 "라따뚜이"가 안내하는 대담무쌍한 상상의 세계에 빠져든다.

그런데 레미의 역할은 음식의 간을 몰래 맞추는 것에 끝나지 않는다. 레스토랑에 들어온 재능 없는 견습생 링귀니와 의기투합, 링귀니의 요리 모자 안에 숨어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방법으로 링귀니의 요리를 코치한다. 거대한 로버트 태권브이를 꼬마 철이가 운전하는 것처럼 레미는 인형놀이를 하듯 링귀니의 움직임을 조절하며 각종 산해진미를 만들어낸다.

링귀니와 레미의 이러한 비밀스러운 협업은 그러나 곧 욕심과 정체성이라는 장애물에 부딪히고 만다. 링귀니는 요리의 성공이 자신의 재능인 것처럼 여기며 자랑하고 레미는 재능에도 불구하고 인간들 앞에 나서서 요리할 수 없는 자신의 운명에 괴로워한다.

"라따뚜이"는 엉뚱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귀여운 애니메이션에 머물지 않고 "슈렉"의 풍자와 "해피 피트"의 질문을 함께 안고 가고자 한다.

레미를 감화시킨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다(Anyone can cook)"는 프랑스 최고의 요리사 구스토의 말은 신분, 처지, 생김새에 대한 편견을 경계한다.(그럼에도 요리사가 생쥐라는 설정은 극단적이지만)
또한 바다 끝의 세상, 더 넓은 세상을 가보고 싶었던 펭귄의 꿈이 인간에 의해 좌절되고 상처받는 모습을 보여주며 존재의 근원적 의미를 물은 "해피 피트"의 질문도 겹쳐진다. "자연(자연의 섭리는)은 변하지 않아(Nature doesn"t change)"라며 어울릴 수 없는 인간 세상에서 당장 나오라는 가족들의 충고에 레미는 "변하는 게 자연이야(Change is nature)"라며 맞선다.

픽사가 일궈낸 "라따뚜이"의 기술적 성취는 백번 말해봤자 한번 보는 것만 못할 정도로 눈부시다.

하지만 거기에 메시지를 실으려는 욕심은 과했다. 뜻은 가상했지만 그릇이 어울리지 않았다. 뭔가 억지스러운 뒷맛이 혀끝을 내내 떠나지 않는다. 미국에서는 6월29일 개봉, 첫주 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전체관람가, 26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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