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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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
  • 윤종원
  • 승인 2007.07.05 1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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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프랑스 여자들은 어떤 식으로 연애를 할까.

혼전 동거와 사실혼, 계약결혼 등의 자유분방한 연애관이 일반화돼있는 것으로 알려진 프랑스 여자와 그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또 약간은 다른 미국 남자가 만나 연애를 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이런 의문에 대한 해답을 보고 싶다면 줄리 델피 감독의 프랑스 영화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원제 2Days in Paris)를 보면 될 것 같다.

배우로 더 잘 알려진 줄리 델피의 감독 데뷔작이자 본인이 주연까지 맡은 "뉴욕에서 온 남자 파리에서 온 여자"는 미국 뉴욕 출신의 남자와 프랑스 파리 출신의 여자가 연애를 하면서 서로 다른 가치관과 문화적 차이 때문에 겪게 되는 오해와 충돌, 갈등을 코믹한 터치로 그렸다.

뉴욕에서 만나 연인 사이가 된 미국 남자 잭(애덤 골드버그)과 프랑스 여자 마리온(줄리 델피)은 휴가를 맞아 마리온의 고향이자 그녀의 부모가 살고 있는 파리로 여행을 온다.

마리온 부모가 사는 집 2층에 머물게 된 잭과 마리온. 고향에 돌아와 편안한 마리온과 달리 잭에게는 미국 문화와 판이하게 다른 파리가 낯설기만 하다.

마리온과 섹스를 하고 있는데 아무 때나 방문을 벌컥벌컥 열어젖히는 그녀의 어머니뿐 아니라 남자에게 좋다며 방금 잡은 토끼의 머리 요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자기 접시에 덜며 프랑스식 수다를 늘어놓는 그녀의 아버지, 잭이 벌거벗고 찍은 사진을 가족들에게 보여준 마리온까지, 잭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적응하기 어렵다.

설상가상으로 마리온과 함께 그녀의 친구집에서 열린 파티에 참석한 잭은 마리온이 전부터 알아왔다는 남자친구들과 미국식 사고방식으로는 용인하기 어려운 수준의 애정 표현과 대화를 주고받는 것을 보고 강한 질투심을 느끼면서도 그런 그녀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하나같이 수다스럽기 그지없는 마리온의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아는 여자가 음부의 체모를 지하철 티켓 모양으로 면도했는데 보기가 싫었다거나 하는 등의 시시껄렁한 이야기를 무슨 대단한 이야기인 양 하염없이 늘어놓는 마리온의 친구들이 잭의 눈에는 낯설고 불쾌하기만 하다.

프랑스 사람들의 이상한 수다에 넌덜머리가 난 잭은 급기야 가는 곳마다 마주치는 마리온의 옛 남자친구들과 그들과의 관계가 별것 아니었다고 둘러대는 마리온의 거듭되는 거짓말에 폭발하고 만다.

마리온의 과거가 온통 의심스럽기만 한 잭과 과거에 집착해 질투하고 투덜대는 잭이 이해하기 어려운 마리온은 결별의 위기에 직면하는데...

영화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다른 프랑스 문화와 미국 문화간의 갈등과 충돌을 각기 두 나라를 대표하는 남녀 주인공을 내세워 코믹터치로 다루는데, 프랑스 문화(특히 수다)에 대한 상당한 과장과 약간의 왜곡, 그리고 과격할 정도의 세부묘사를 시종일관 반복한다.

이 영화만 보면 프랑스인들은 전부 다 쉴새없이 어이없는 수다나 일삼는 부류의 족속이며 남의 일에 쓸데없이 간섭하길 좋아하고 뻔뻔하고 무례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인 것처럼 보인다.

물론 영화의 극적 효과를 위해 어느 정도 희화화했으리란 것을 감안하더라도 카메라의 앵글은 폭력적일 정도의 디테일을 쉴새없이 뽑아내 관객에게 숨돌릴 틈을 주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등장인물들을 겨냥한 엄청난 클로즈업은 10초가 멀다하고 남발된다.

다분히 여성 취향인 "뉴욕에서는 자칫 평범해질 수 있는 소재를 여성감독 특유의 섬세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재미있게 그렸지만 과도한 디테일로 인해 프랑스 냄새가 너무 많이 나는 영화가 되고 말았다.

1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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