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더 살기보다는 덜 아팠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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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환자, 더 살기보다는 덜 아팠으면
  • 박현
  • 승인 2007.07.05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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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조사결과
통증이 있는 암환자 10명중 6명이 수명연장보다는 통증이 덜한 것이 낫다고 답할 만큼 암환자들의 통증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통증을 과소평가하거나 진통제에 대한 오해로 37%가 진통제 처방을 받지 못하는 등 통증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가 2006년 9월11일부터 약 한 달 동안 전국 63개 의료기관의 외래 및 입원 암환자 7천2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통증이 있는 환자 3천245명 가운데 60.8%는 "수명이 연장되는 것보다 통증이 덜한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답할 정도로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통증이 있는 환자 중 59%는 하루 1회 이상 통증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완치여부를 떠나 통증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질문에 84.5%가 "그렇다" 또는 "매우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에 따라 통증이 있는 환자의 68.5%는 담당의사에게 자신의 통증에 대해 자세히 알리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으며 84.9%는 의료진이 자신의 통증에 더 관심을 갖기를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환자들은 △병이 나빠졌다는 얘기를 들을까 두려워(19.9%) △의료진이 귀찮아할 것 같아서(19.4%) 등의 이유로 자신의 통증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진 189명을(의사 183명) 대상으로 지난 4월 실시된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3.5%가 "의료인들은 환자의 통증을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고 답해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통증에 대한 의사소통이 불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환자들의 통증문제가 심각하지만 아픈 환자들 가운데 진통제를 처방받지 못한 경우가 37%나 됐다.

암환자들이 적절한 통증관리를 받지 못하는 이유와 관련, 환자와 일반인들이 마약성 진통제에 대해 지나친 거부감을 갖고 있는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의료진 응답자의 87.3%는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환자와 일반인의 두려움이 필요이상으로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사에서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의료진들의 인식도는 많이 개선된 것으로 드러났다.

마약성 진통제에 대해 잘못 알려진 내용으로는 △암성 통증에 마약성 진통제를 적용하면 중독 우려가 있다 △환자가 진통제를 요구하는 양이 늘어나면 중독 가능성이 증가했다는 뜻이다 △마약성 진통제를 쓰면 생존기간이 감소된다 △완치가능한 환자에게는 마약성 진통제를 쓰지 않아야 한다 △다른 진통제와 함께 쓰면 안 된다 등이 있으며 의료진의 90% 이상이 올바른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의료진의 약 40%는 △비마약성 진통제도 적절히 사용하면 마약성 진통제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마약성 진통제는 비마약성진통제에 비해 독성이 많아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의료진들은 "극심한 고통이 있는 말기암 환자의 고통을 줄일 수만 있다면 다소 생명이 단축되는 의료적 행위도 감수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 55.6%의 의료진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무의미한 진료의 중단에 대해서 의료인들 사이에 의견차가 존재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가톨릭대의대 종양내과 홍영선 과장은 "심한 암성통증에는 마약성 진통제를 쓰더라도 중독이 되지 않고, 양을 늘려도 독성이 크지 않은 편"이라며 "최근 마약성 진통제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으나 상당 수 환자들이 적절한 약물투여를 받지 못해 심한 통증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 과장은 또 "진통제와 다른 약물을 적절히 사용할 경우 암성통증의 95%는 조절이 가능하다"며 "의료진의 지시대로 쓸 경우 마약성 진통제는 크게 위험하지 않고 암환자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킨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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