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폭력의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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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폭력의역사
  • 윤종원
  • 승인 2007.07.03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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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드러나는 과거 폭력의 역사

10여 년을 함께 살았던 남편이 전혀 다른 사람이라면? 소심하지만 자상한 아버지가 사실은 잔혹한 갱단이었다면?
올해 64살이 된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은 "플라이"(1986), "M버터플라이"(1993), "크래시"(1996) 등으로 영화 팬들에게 친숙하다.

캐나다 출신의 크로넨버그 감독은 인간의 욕망과 억압, 소외라는 주제를 파격적인 소재를 통해 구현해왔다. 공포영화의 영역을 확장시켰다는 평을 듣는 감독은 인간의 신체를 그것의 주요 도구로 삼기도 했다.

"폭력의 역사"은 인간의 폭력성을 소재로 삼았다. 폭력을 소재로 인간의 본성과 사회성을 함께 들여다보는 영화. 과연 어떤 모습이 한 인간의 진실한 모습인지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한편 어떠한 모습도 한 인간이 갖고 있는 진실한 성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인다.

철학을 전공한 감독의 이력이 영화적으로 표현됐다. 단순한 물음이지만 복잡하고 다양한 답변이 나오는 질문을 놓고 인간의 두려움과 내면적 공포감 등을 내비친다.

배우들의 연기가 발군. "반지의 제왕" 시리즈에서 아라곤 역을 연기한 비고 모텐슨이 베일에 쌓인 평범한 가장 톰 스톨로 등장한다. 그는 잔인한 킬러 조이라고 의심받는데 그런 의심을 받을 만한 장면에서의 눈빛이 전혀 달라진다.

톰의 아내 에디 역으로 출연하는 마리아 벨로 역시 끔찍한 상황에 무너져가는 여자의 심정을 절실하게 묘사해낸다.

조연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칼 포가티 역의 에드 해리스나 리치 쿠삭 역의 윌리엄 허트가 인상깊은 연기로 관객의 눈을 만족시킨다.

동네 주민이 이웃사촌으로 정겹게 살아가는 시골마을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톰은 능력있고 예쁜 아내와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과 함께 오순도순 살아간다.

어느 날 레스토랑에 2인조 강도가 침입하고 직원을 살해하려 하자 몸을 던져 강도를 죽이고 사람들을 구한다. 이 사건으로 톰은 "아메리칸 히어로"로 떠올라 매스컴의 집중 조명을 받게 된다.

손님을 맞느라 분주한 톰 앞에 심상찮은 이방인이 다가온다. 그들은 톰을 갱단의 킬러였던 "조이"라고 착각한다. 톰은 사람을 잘못 봤다고 하지만 그들은 톰 가족 주위를 맴돌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경찰에 의해 그들이 필라델피아 갱단 두목인 칼 포가티 일당인 게 밝혀지고 조이라는 사람 역시 필라델피아 조직 폭력배인 리치 쿠삭의 동생이라는 게 드러난다.

불안감에 휩싸인 톰과 톰의 가족은 그들의 출현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가족들은 점점 톰이 조이일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톰이 마치 조이처럼 그들과의 대결에서 잔인한 면모를 보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상영시간이 93분으로 그리 길지 않다. 섬세한 표현 보다는 하나의 사건을 통해 주변 상황을 유추하게 만드는 한편 관객에게도 톰이 조이일 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전해주며 팽팽한 긴장감을 발생시킨다.

크로넨버그 감독이 몇몇 영화에서 드러내온 끔찍한 신체 훼손은 이 영화에서도 가끔 드러난다.

19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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