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지표, 급여는 안되지만 평가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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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지표, 급여는 안되지만 평가는 한다
  • 정은주
  • 승인 2007.06.11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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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질평가로 추가비용 있지만 평가한다니 따를 수밖에"
올해부터 도입되는 의료기관평가 임상질평가의 경우 건강보험 및 운영측면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평가지표 중 상당수가 건강보험 급여기준과 맞지 않아 급여를 인정하지 않거나 최소한의 사용만 인정하면서도 의료기관이 지표대로 적용하고 있는지를 의료기관평가에서 평가하겠다는 것이다.

중환자 부문에서 ‘스트레스성 궤양 예방’ 항목의 경우 건강보험 급여기준은 식약청 허가범위에 따르고, 식약청 허가사항에 예방기능이 포함돼 있지 않아 예방목적의 약제사용이 인정되지 않는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예방을 해야만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예방적 목적의 행위·진료시 보험급여 돼야 하나 현실적으로는 인정해주지 않으며, 삭감사례가 빈번하다”고 말했다.

모유수유 관련 지표의 경우에도 모유수유에 드는 노력이나 모자동실에 대한 재정적 지원없이 질평가 항목에 포함한 사례에 해당한다.

폐렴환자의 경우 퇴원 진단명 기준으로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진단명이 확정되지 않은 입원초기에 폐렴 유사증세를 보인다는 조건만으로 혈중산소포화도검사를 시행했는지를 평가할 경우 불필요한 검사시행을 유도할 수 있으며, 중한 환자에 적용돼야 할 지표를 일반화시켜 적용함에 따라 불필요한 검사가 유발되고 보험재정이 낭비될 우려도 있다.

수술환자에 대한 예방적 항생제 투여 중 ‘수술완료후 예방적 항생제 투여중단 시간’ 항목의 경우 병원의 감염예방 활동에 대한 수가나 수술방의 감염예방을 위한 시설투자 비용이 수가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이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중환자실에서는 Fentany1 계열을 진통목적으로 사용하지만 식약청 허가사항 외 사용으로 전액 삭감되고 있으며, 식약청 허가사항은 마취유도 및 유지로만 돼 있고 환자의 통증조절은 허가사항에 포함돼 있지 않다. 제약회사에서 식약청 허가사항에 속하지 않지만 예외적으로 보험인정해 주길 건의했으나 인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환자실 부문 중 ‘환자의 통증상태 점검’ 항목을 두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분석이다. 보험급여가 인정되는 모르핀 계열이나 혈압저하 계열은 부작용 때문에 외국에서도 권장되지 않고 있어 기준개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병원계, 손해있어도 평가한다면 따를 것
B대학병원 관계자는 “진료의 질을 높이기 위해 임상질지표를 도입키로 했으나 급여심사 기준에선 인정되지 않는데 임상의 질만 평가하겠다는 것은 잘못됐다”며 “질을 높이기 위해 진료행위가 필요하다면 그에 따르는 수가도 인정해줘야 하며, 아울러 이 행위를 하지 못하는 경우 가이드라인이나 지침 등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병원관계자는 “의료의 질과 돈은 같이 가야 하는데, 높은 질을 요구하면서 필요한 재원은 늘려주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병원에선 수용이 어려운 부분도 있으나 의료기관평가 결과가 공표되면 마치 성적이 낮은 병원은 잘못된 병원으로 비춰질 수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가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급여기준과의 괴리 외에도 자료조사에 드는 행정적 노력도 과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지표에 관련된 행위가 진료관행으로 정착되지 않아 기록이 불충분하고, 실제로 해당 지표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의무기록 전체를 검토해야 하는 등 자료수집에 과다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준과 입력지침이 정비돼 있지 않아 상당부분 임의적으로 자료입력을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예방적 항생제 투여가 수술완료 몇시간 이내에 중단되는지의 항목을 위해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며, 중환자실에서 폐렴예방을 위해 상체거상체위를 할 경우 간호측면에선 필요한 행위지만 기계호흡 등 장비로 인해 인력이 더 요구된다.

이화의대 예방의학교실 이선희 교수는 “시범평가에서 평가지표를 적용한 결과 의료기관별 편차가 커 지표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으며, 보험에서 급여되지도 않으면서 의료기관에 대해 질평가 차원에서 이를 평가항목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임상전문가가 수용하고 합의한 임상질지표의 개발이 필요하고 의료기관마다 안고 있는 질적 문제와 우선순위가 다른 만큼 이러한 특성을 반영할 수 있는 질 개선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올해 평가에선 임상질지표를 시범사업으로 실시하고 의료기관의 자발적 참여가 가능한 질지표 평가체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에 정식으로 의견을 보내온 부분은 중환자실 관련 지표뿐이며, 현재 정책적으로 개선이 필요한지 내부적으로 검토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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