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다마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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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다마모에
  • 윤종원
  • 승인 2007.06.07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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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년 전부터 국내에서 "아줌마의 반란"이 화두로 떠오르더니 가라앉을 줄을 모른다.

평생을 남편과 자식들 뒷바라지에 보낸 평범한 중년 여성이 남편의 배신을 계기로 자아 찾기에 나선다는 이야기는 TV 드라마나 소설에서 수없이 쓰였지만 같은 처지의 중년여성으로부터 매번 호응과 지지를 얻었다.

상황은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영화 "다마모에"도 이 같은 구성에서 벗어나지 못해 중년 여성들로부터 "어쩌면 남자들은 국적과 관계없이 똑같으냐, 저 여자 너무 안됐다"는 한탄을 이끌어낼 만하다.

설거지를 끝낸 뒤 차를 마시면서 "오후의 명화"를 챙겨보는 59세의 평범한 주부 도시코(후부키 준)는 평생 현모양처로 살아왔지만 남편(데라오 아키라)이 정년퇴직 3년 만에 세상을 떠나면서 삶이 크게 흔들리게 된다.

남편이 숨지기 전에 10년이나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내고 남편의 애인 이토(미타 요시코)와 직접 대면하는데 하나씩 드러나는 남편의 진실은 분통 터질 일뿐이다.

설상가상으로 다 커버린 아들과 딸은 남편의 유산과 제 살길에만 관심이 있다. 결국 도시코는 홧김에 집을 나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면서 홀로 서기를 시작한다.

통속적인 소재에도 인기작가 기리노 나쓰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탄탄한 줄거리와 배우들의 정감 어린 연기, 감독의 세심한 연출과 심리 묘사는 관객의 관심과 시선을 125분의 상영시간 내내 놓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도시코를 바라보는 영화 속 시선이 시종일관 따뜻하다. 비슷한 소재의 한국 드라마에서처럼 주인공이 젊은 애인을 만들거나 남편에게 복수하는 통쾌함은 없지만 엉뚱하고 유쾌한 에피소드들과 착한 결말은 제법 다부지다.

캡슐호텔과 메밀국수 가게, 좁은 골목길 등의 일본적 풍경들과 주인공과 친구들의 여고시절 흑백 영상, 주인공이 숨진 남편의 전화에 메시지를 남기는 장면은 영화 속 최고의 볼거리다.

주인공의 심리를 그대로 담아낸 듯한 음악과 일본 만화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일본식 유머도 영화 곳곳에 들어 있다. 특히 심한 배신감에 시달리던 도시코가 전철에서 숙취로 고생하는 장면은 웃지 못할 상황임에도 폭소를 자아낸다.

"다마모에"는 육체는 점점 쇠약해지지만 영혼은 갈수록 불타 오른다는 뜻으로, 원작 소설이 유행시킨 신조어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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