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칼 사용않고 방사선으로 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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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칼 사용않고 방사선으로 수술
  • 박현
  • 승인 2007.05.23 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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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양대병원, 제4세대 로봇사이버나이프 도입
수술칼 대신 방사선으로 암이나 혈관질환 그리고 삼차신경통 등 신경계질환을 수술하는 시대가 열렸다.

방사선 수술기구의 최첨단이라고 부르는 제4세대 사이버나이프(CyberKnife)가 그것으로 동북아시아 권에서는 처음으로 대전의 건양대학교병원(원장 김종우)이 이를 도입해 최근 가동에 들어갔다.

라이낙, 감마나이프, 토모테라피, 1~3세대 사이버나이프 등 그동안 최첨단으로 각광받아온 의료장비들의 가장 큰 약점은 치료를 할 때 환자가 호흡을 함으로써 폐와 가슴이 움직이는 등 인체 내의 장기들이 환자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계속 움직이기 때문에 치료용 광선을 쪼일 표적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호흡에 의한 움직임이나 심장박동, 위장관 등의 움직임으로 자칫하면 방사선이 정상조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장비들은 환자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여러 가지 고정장치를 사용하거나 종양의 위치를 확인할 표식을 몸 안에 넣은 상태에서 약한 광선을 여러 차례 나누어 치료를 해야 했다. 특히 감마나이프 같은 장비는 움직임이 비교적 적은 뇌 부위의 치료에 국한되어 왔었다.

그러나 이번에 건양대학교병원에서 도입한 제4세대 사이버나이프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일시에 극복한 최첨단의 장비이다. 이 장비는 방사선을 쪼이는 선형가속기를 작고 가볍게 하여 로봇 팔에 장착하고, 영상유도기술을 이용하여 실시간으로 환자의 움직임과 환부의 위치를 추적하면서 방사선만으로 수술과 같은 치료를 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

이 장비에 장착된 위치추적시스템(Tracking System)은 표적을 실시간으로 정확히 추적해 높은 단위의 방사선을 환부에 쪼일 수 있게 해준다.

위치추적시스템의 최대 오차는 0.6㎜밖에 되지 않아 정상조직이 영향을 받을 우려가 거의 없으며 다른 장비의 두 배 이상인 단위시간당 600MU/min까지 방사선을 쪼일 수 있다.

현재 국내에 들어와 있는 1~3세대 사이버나이프들은 단위시간당 최대 300MU/min밖에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따라 한 번 치료하는 데에 걸리는 시간도 기존 장비들의 절반 이하인 30분 이내에 마칠 수 있고 불규칙한 형태의 암 덩어리도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다. 통증도 없고 출혈도 없이 마취도 안하고 수술과 같은 치료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수술흉터도 물론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폐나 간, 방광, 전립선 등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임이 있는 몸통 부위의 암도 치료가 가능할 뿐 아니라, 수술로는 도저히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위치한 두개저의 암, 췌장암 등 심부의 암도 치료가 가능하다.

또한 뇌의 동정맥기형, 삼차신경통, 파킨슨병, 간질, 우울증 등 수술이 필요한 신경계통의 질환, 재발된 암, 수술이 불가능한 다발성 종양, 기존의 방사선치료에 효과가 없는 종양 등도 사이버나이프를 이용해 치료할 수 있다.

환자는 마취도 하지 않고 특별한 고정장치나 종양의 위치를 알게 해줄 표식을 몸에 삽입하는 일도 없이 위치추적시스템에 필요한 간단한 조끼만 입고 편안하게 누운 상태에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

심한 움직임이 있는 폐나 간 등을 치료할 때는 위치추적시스템이 정확하게 반응하도록 금침을 삽입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이것도 거의 통증이 없다.

건양대학교병원은 22일, 지난 4월9일부터 사이버나이프의 가동을 시작한 이래 대동맥 림프절전이암, 간암, 폐암, 자궁경부암, 뇌종양 등 15명의 암 환자를 치료하고 있으며 그 효과는 기대이상이라고 밝혔다.

모든 례에서 암으로 인한 통증이 사라지고 여러 예에서 암의 크기가 줄어들거나 아예 소실된 경우도 경험하고 있다.

5년 전 대장암 진단을 받고 서울의 큰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후 방사선치료 등을 계속했으나 폐와 척추림프절로 암이 전이되어 희망을 잃고 고통 속에 지내던 46세의 동 모씨(여)는 척추림프절로 전이된 암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매일 밤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베개를 안고 쪼그려 앉아 잠을 자야하는 고통을 당해왔다고 한다.

그러던 그녀가 건양대학교 병원에서 사이버나이프로 첫 시술을 받은 것은 지난 4월 9일, 그토록 괴롭히던 통증이 1차 시술에서 극적으로 사라지고 편히 누워서 잠을 잘 수 있게 됐으며 4차에 걸친 치료결과 8㎝ 정도의 크기였던 암은 손톱만한 크기로 줄어든 상태이다. 동 씨는 지난 5월 11일 폐로 전이된 암마저 치료하기 위해 다시 입원했다.

지난 2003년 간암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적이 있는 57세의 김 모씨(남)씨는 지난 1월 CT촬영을 한 결과 또다시 암이 재발한 사실을 알게 되어 지난 2월 건양대학교병원을 찾았고, 사이버나이프가 도입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지난 4월10일 시술을 받았다.

그 결과 2.5㎝의 크기였던 간암은 PET CT로 확인한 결과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됐으며 더 확실한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6월10일 CT촬영이 예약되어 있다.

사이버나이프 수술을 담당하고 있는 방사선종양학과 정원규 교수는 "장비도입 소식을 듣고 찾아오는 환자들의 90% 이상이 말기 암, 또는 그동안 다른 치료에서 효과를 보지 못했던 전이 암이나 다발성 종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기 때문에 우선은 환자들을 괴롭히는 암성통증을 제거하는 데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지만 전이가 없는 원발성 암환자들이 찾아오는 경우 극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건양대학교병원에 도입된 사이버나이프는 치료부위에 따라 보험적용 여부가 달라지기 때문에 진료비도 이에 따라 달라진다. 종전에 도입된 감마나이프나 1~3세대 사이버나이프들처럼 제 4세대 사이버나이프도 뇌가 아닌 다른 몸의 부위에 생긴 암은 보험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따라 두경부의 종양은 약 300만원, 기타 부위의 종양은 치료계획과 치료에 드는 비용이 약 900만 원~1천100만 원이다.

100여억 원을 투자해 사이버나이프와 PET CT, 사이클로트론 등을 도입하고 병원 본관 옆에 새 건물을 지어 암 센터를 출범시킨 건양대학교병원은 이를 계기로 중부권의 암 치료 전문기관으로 확고한 위치를 굳힐 계획이며,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하는 환자유치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예약 및 문의는 건양대학교병원 암 센터(042-600-9460)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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