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특집] 좋은병원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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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특집] 좋은병원 2010
  • 박해성
  • 승인 2007.04.23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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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의대 예방의학 유승흠 교수
팝페라가 뜨고, 팝아트가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팝아티스트의 거장 앤디 워홀의 작품전시회가 갖는 의미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그 뿐인가? 과거에는 미용사였지만, 근래에는 코스메틱 아티스트, 그리고 나아가서는 뷰티 카운슬러라고 하지 않는가?
시대의 변화를 실감하며 살아야 되고, 변화를 적극 수용하며, 아울러 그 변화에 대처하여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 병원계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우리나라에서 1977년은 보건의료분야에서 큰 획을 긋는 해였다. 제4차5개년계획을 시작하면서 그 명칭을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서 “경제사회발전 5개년계획”으로 바꾸었다. 1월에는 의료보호(현 의료급여)를, 7월에는 의료보험(현 건강보험)을 시작하였다. 당시에 의료보험은 500명 이상을 상시 고용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였지만, 사회보험 방식을 채택하였고, 의료보험 수가를 적용하였다.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였는가? 이른 바 관행수가로 환자의 진료비를 계산하였으며, 점수제(행위별수가제)에 의하였다. 즉 병원은 받고 싶은 방식으로, 받고 싶은 대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받았다. 의료보험과 의료보호가 시작됨에 따라서 흔히 말하는 “좋은 시절”은 가버린 것이다.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의 출범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은 바로 그 해(1977년)에 개교하였다. 보건분야에서 “관리"를 강조하고자 영문명칭을 Graduate School of Health Science and Management라고 하였다. 그리고 병원행정교육에 역점을 두어 학기 당 2학점을 추가로 수강하도록 하였다. 개교 당시의 상황을 고려하건대 앞으로 병원행정가를 양성하여야 되겠다고 판단하였다. 필자는 그 해에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직하여 지난 30년을 지켜보아왔다.
교재가 필요하여 급한대로 “병원관리”(1984)를 번역하였고, 1990년에는 강의한 것을 중심으로 “병원행정강의”를, 그리고 1993년에는 “양질의 의료관리”를 선 보였다. 20여년이 흘러서 병원실무에 종사한 졸업생들이 경험과 이론을 접목하게 되었음을 간파하여 이들을 중심으로 4권으로 된 “병원경영 이론과 실제”를 1998년에 출판하였다. 그리고 지난 해에는 병원경영교육30년을 기념하여 우리나라 병원계에서 핵심적으로 일하는 졸업생 50명을 필진으로 하여 “병원경영”을 출간하였는데, 2006년도 문화관광부 우수도서로 지정받았다.
병원에서는 의사가 진료를 잘 하여 환자가 잘 나으면 되는 것이었다. “에이, 병원에서 무슨 경영?” 그래서 책 이름을 “병원관리”라고 하였고, 얼마 지나서 조심스레 “병원행정”이라 하였다. 필자가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한 1980년 대 초에 조운해병협회장께서 요즈음 QA/QI라고 할 수 있는 병원표준화사업을 시작하셨는데, 여러 곳에서 “의료의 질 관리”에 대한 강의를 요청받았지만, 매우 조심스러웠다. 의료진이 이해를 잘 못하면 의료의 질 관리사업을 깨빡칠 수(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써 두었던 원고를 그대로 캐비넷에 넣어 두었다.
1990년대를 맞아 세브란스병원의 부원장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병원장이 의료의 질 관리향상을 위하여 공부한 것을 활용하라고 하였다. 너무 기뻤다. 그리하여 묵혀두었던 원고를 다시 정리하여 “양질의 의료관리”책을 출판하였다. 1990년대 후반이 되면서는 환자를 고객이라 하기도 하고, 병원경영이라는 용어가 그런대로 어색하지 않게 되었다.

▲병원경영교육30년 기념 “좋은 병원 2010” 심포지엄을 구상하다.
병원계에 종사하는 졸업생들이 500명을 넘었고, 명실공히 이들은 우리나라 병원행정계를 리드하고 있다. 굳이 거명을 할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병원경영교육30년을 맞아서 이들의 경험과 병원경영 이론을 하나로 엮을 수 없을까? 병원경영교육의 힘을 가시화함으로서 병원CEO들로 하여금 전문가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양성하도록 동기부여를 할 수 있을 터인데. 아직까지 말로만 “환자중심의 병원”이라고 할 뿐, 아직 환자중심의 병원경영을 하고 있지 못한데. 그 이유는 모르기 때문이거나,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 좋은 병원이 어떤 것인지를 병원인들도, 환자(국민)들도 잘 모른다. 그저 막연히 “친절한 병원”, “잘 낫게 하는 의사”를 말 할 뿐이다. 구체화하자. 무엇이 친절한 것이며, 어떤 의사가 좋은 의사인지를 그려보자.
방법은 무엇일까? 그래. 경험이 풍부하고 이론으로 무장된 졸업생들의 머리를 모으면 되겠다. 그래서 심포지엄 준비위원회를 만들었고, 여기에서 다시 6개의 분과를 구성하였다. 분과위원회에서 충분하게 난상토론을 한 결과를 준비위원회에서 모아 다시 난상토론 하기를 서너 차례 하니까 좋은 병원의 윤곽이 그려지기 시작하였다.
그 실마리는 바로 병원마다 신주단지로 모시는 “고객의 소리”(voice of customer)였다.
공개하지 않는 고객의 소리이지만, 우리는 그것을 심층 분석하여 전국의 병원인들에게 그리고 국민에게 소개할 수 있음을 뿌듯하게 생각한다. 고객의 소리에서 “불친절하다”고 한 이유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보면 그 반대가 친절한 근거와 기준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아, 바로 이것. 그래서 준비위원회는 활기를 띠기 시작하였다. 일과가 끝난 후에 이곳저곳에서 모여든 위원들이 밤 10시가 넘도록 머리를 맞대고 토의를 하고, 또 하고.
이번 심포지엄의 금상첨화는 지정토의자 세분을 모신 것이다. 병원계에서 그 누구보다도 빼어난 타고난 경영자라고 인정받는 하권익박사(전 삼성서울병원장, 서울의대총동창회장), 사회에서 존경받는 사회복지분야의 대부 김성수주교(성공회대학교 총장), 그리고 소비자운동의 대모 김재옥회장(소비자시민의 모임)께서는 연락하자마자 필자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드려 주셨다. 그 바쁘신 분들이 한자리 하여 토의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좋은 병원,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
좋은 병원. 그것은 네 영역이 조화되어 오케스트라처럼 활동하는 것이다. 제1바이올린만 잘 해도 안 되고, 드럼소리만 우렁차도 안 된다. 진료, 직원(인적 요인), 관리시스템, 그리고 시설 등 네 영역이 꽉 짜여져서 하나 되는 것이어야 한다.
구체적인 것을 준비위원회에서 정리하여 분과별로 한사람씩 발표하였다. 총론, 인력, 시스템, 시설, 진료, 그리고 마지막으로 좋은 병원 찾기의 6개 주제가 그것이다.
김성수주교께서는 병원에서 대기시간을 단축하고, 환자를 대하는 의사가 어떤 사람인지가좋은 의사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임을 강조하셨다. “환자가 있기에 의사가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환자를 대하자고.
김재옥회장께서는 환자의 권리선언(소시모, 1986) 준비위원 중 한사람으로서 당시에 준비만 하였을 뿐, 선언을 하지 못했는데, 이제 활발하게 환자를 위한 배려를 논의하게 된 금석지감을 술회하였다. 병원은 한자의 권리 중에서 “선택할 권리, 알 권리”를 지적하면서, 환자가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이나 안내가 중요함을 지적하였다.
하권익박사께서는 의사로서 DOCTOR(diligent, open mind, change, tolerance, organize, responsibility)의 여섯 가지 덕목을 제시하였고, 병원직원 모두가 “나하고지”(변하려면 나부터, 하기 쉬운 일부터, 고위직부터, 지속적으로)를 염두에 두고 변화하여야 함을 강조하였다. 그리고 “말만 하지 말고 실천하자”(no action, talk only, NATO)고 말씀을 맺었다.

▲에피로그
사회가 급변하고, 소득이 상승하면 국민의 행태도 변하게 마련이다. 병원도 변하여야 한다. 말로만 “환자중심의 병원”은 의미가 없다. 설명이란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해야 된다. 그래서 선진국에서는 사반세기 전부터 의과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생겼음을 기쁘게 생각한다.
세브란스병원 은명대강당의 최대수용능력이 590석이란다. 입추의 여지없이 꽉 차서 일부는 서거나, 밖에서 서성거렸다. 전국에서 600명 이상이 참석하여 대성황을 이루었음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동시에 필자에게는 마음의 짐을 지게 되었음을 말씀드린다.
아무런 대가도 없이 시간과 열과 성을 드려 심포지엄을 준비한 여러분들께 감사하는 바이다. 이번 심포지엄의 내용이 앞으로 우리 병원계가 한 단계 도약하는 성장엔진이 될 것을 믿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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