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걸음 뗀 부산시 U헬스시스템 살펴보니
상태바
첫걸음 뗀 부산시 U헬스시스템 살펴보니
  • 윤종원
  • 승인 2007.04.02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병원안가도 돼 편해 vs 정확한 진단 못해

"요즘 박증숙(83) 할머니 맥박수가 1분에 60회 가까이 떨어졌는데 서맥(徐脈) 증상이 아닐까요"
"어디 기록을 봅시다. 할머니가 통증완화제를 복용하시고 난 뒤 맥박수가 줄어든 것을 보니 약에 의한 증상인 것 같습니다. 당분간 통증약을 반으로 줄이고 매일 맥박수를 체크해봅시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진료 장면이 아니다. 부산 구덕산 위에 있는 부산노인건강센터 유헬스 진료실과 부산의료원의 담당의사 방이 연결된 컴퓨터 화상에서 일어나는 대화다.

■ 이용현황과 장점 = 지난해 "유헬스(원격진료) 시스템"을 개통한 부산시에서는 관내 노인가정 방문진료를 나가는 보건소 간호사나 입소 노인들의 건강을 체크하는 노인거주시설 간호사의 손에 개인정보단말기(PDA)가 들려있다.

"웹닥"(webdoc)이라는 기계로 혈압, 맥박수, 혈당, 체지방을 잰 뒤 기계와 PDA를 연결하면 PDA는 자동으로 부산의료원 서버에 마련된 노인 개개인의 파일에 수치를 입력한다.

수치가 정상치를 벗어나거나 노인의 몸상태가 좋지 않으면 가정 방문진료의 경우에는 해당자를 강서구 보건소로, 복지시설의 경우에는 각 시설에 마련된 원격진료실로 옮겨 웹카메라를 통한 화상진료가 진행되며 의사는 그간 축적된 환자 임상 데이터를 진찰에 참고한다.

시가 지난해 말 이 시스템을 구축한 뒤 29일 현재 2만4천228명(하루평균 162명)이 이 시스템을 통해 건강상태를 체크 받았고 125명이 원격진료를 받았다.

파킨슨씨 병으로 부산노인건강센터에 입소한 정용자(79) 할머니는 "병원 가기도 힘들고 가도 오래 기다려야 하는데 컴퓨터로 의사를 만나니 편하다"고 말했다.

다른 노인시설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특별한 병이 없이도 자기 몸이 항상 아프다고 생각하고 병원에 가고 싶어 하시는데 원격진료를 시작하고 난 뒤 병원에 직접 가지않더라도 진찰을 받을 수 있어 마음의 위안을 받으시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 해상도 제고.법 보완 등 시급 = 그러나 아직 초기단계인 이 시스템은 장점보다 보완해야할 점이 더 많다는 지적이다.

제대로 된 "유헬스"를 실현하려면 일단 장비를 첨단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시급하다.

현재 웹카메라를 통해 의사의 컴퓨터 모니터에서 보여지는 환자의 모습은 간질환으로 인한 황달, 피부병 등의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울 정도로 해상도가 낮으며 네트워크 장애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심전도, 폐활량도 시설에서 측정한 뒤 데이터를 부산의료원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병원에서 받는 것보다 정확도가 떨어지고 측정기 사용이 불편해 잘 활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 복지시설 간호사는 "지금의 시스템은 진료의 기본인 시진(의사가 눈으로 관찰함), 문진(병력을 물어봄), 타진(두드려 봄), 촉진(만져봄), 청진(들어봄) 중에서 문진만 가능한 수준"이라며 "환자 상담에만 의존하는 진료로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1970년대 만들어진 의료법이 원격진료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측면이 커 개정이 시급한 형편이다.

의성법률사무소 이동필 변호사는 "현행 의료법으로는 원격진료를 한 의사가 처방전을 전자우편이나 발급시스템 등 온라인 상으로 발행했을 때 약값에 보험수가가 인정되지 않아 기껏 원격진료를 받은 뒤 처방전, 진단서를 받으러 병원으로 찾아가야하는 넌센스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네트워크 장애 등 지금까지 지적돼온 문제점을 보완해나갈 계획이며 6개 보건소에서만 하고 있는 원격진료를 시내 16개 보건소 전체로 확대하고 현재 5곳인 복지시설 수도 15곳으로 늘려 소수에 한정됐던 수혜자 범위를 넓히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