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안 두고 대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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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개정안 두고 대격돌
  • 박현
  • 승인 2007.03.19 1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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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협 토론회, 정부 일부조항 준비부족 시인
대한전공의협의회가 17일 서울의대 함춘회관에서 주최한 "의료법 개정에 관한 젊은 의사 포럼"에 참석한 의료법 관련 이해 당사자들은 "의료의 정의"와 "간호진단의 개념", "표준진료지침 제정" 등의 이슈들에 대해 열띤 설전을 벌였다.

의료계 측 대표로 나선 우봉식 범의료계 의료법비상대책위원회(범대위) 홍보위원장(서울 노원구의사회장)은 의료법 개정안의 졸속처리 과정과 정부의 신뢰부족을 질타했으며 신현호 변호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의료법 개정안을 반대하는 의료계의 움직임을 "의사 패권주의적 사고"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정부측 대표로 나선 김강립 보건복지부 의료정책팀장은 유사의료행위 양성화에 대한 정부의 준비부족과 표준진료지침 제정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에 공감을 나타내는 등 기존의 정부입장에서 한 발 물러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김강립 의료정책팀장과 신 변호사는 "투약"은 통상적 의료행위라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의료의 정의에 구체적인 여러 의료행위 중 투약만을 넣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특히 신 변호사는 "의료의 정의에 투약을 구체화해서 넣으면 반대로 정의되지 않은 나머지 행위들은 의료행위가 아니라는 말이 될 수 있다며 의사들을 위해서라도 투약을 구체적인 조항으로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봉식 범대위 홍보위원장은 "특정집단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가 투약을 의료행위로 명시하지 못해 향후 투약 관련 문제가 발생할 때 법률 해석상 의미가 변질될 가능성이 있다"며 투약을 의료의 정의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봉식 범대위 홍보위원장은 "의약분업 이후 의료계는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믿지 못할 정도로 불신이 높은 상태며 표준진료지침을 삭감 및 재정절감 방안과 연계하지 않을 것이란 정부의 말 역시 믿지 못하겠다는 것이 대세"라며 표준진료지침 제정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신현호 변호사는 "의료사고가 나도 표준진료지침대로만 진료하면 면책이 될 수 있어 표준진료지침에 경실련도 반대했다"고 말하면서도 "제주도에서 사고를 당했을 때 서울과 똑같은 수준의 진료를 받아야 하는 것이 환자들의 권리이며 이를 위해 프로토콜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며 제정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에 비해 김강립 복지부 의료정책팀장은 "표준진료지침을 만드는 것이 엄청난 예산이 소요되며 쉽지않은 일이라는 의료계의 지적에 전적으로 동감한다"고 말하고 "내년에 관련 예산으로 100억원을 요청한 상태며 한 가지 질병군당 300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예산확보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지침을 건강보험 지급체계와 연계해 삭감기준으로 삼으려 한다는 의료계의 우려에 대해서 지침은 "참조"자료로만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침의 제정목적을 환자들에게 비용효율성이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며 진료비 심사 등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해, 한편으로는 합의가 전제되면 삭감자료로 활용될 수 있음도 시사했다.

이어 우봉식 범대위 홍보위원장은 "개정법안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이 단순 검토한 것에 불과한 것을 마치 각계 대표가 10차례의 회의를 통해 합의해 놓고 이제와 딴 소리냐며 마치 충분한 검토를 거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말하고 "정부 역시 입법예고 후 17개 조항에 걸쳐 정정공고를 함으로써 스스로 졸속법안임을 자인했다"고 주장했다.

또 우봉식 범대위 홍보위원장은 "간호진단의 경우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간호사의 간호요양원 개설권과 관련한 연장선상에서 봐야 한다"며 "간호진단이란 용어를 고집하는 것은 결국 의사의 지도나 감독을 받지 않고 요양원을 개설, 운영하려고 하는 음모와 저의가 있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조갑출 대한간호협회 이사는 "간호진단은 의학적 판단이 아닌 요양성 간호행위를 하는데 필요한 것이며 간호사들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측면에서도 법적인 책임을 져야하는 의학적인 진단을 내리려고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간호진단"이란 용어를 쓰고 있어 용어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간호진단과 관련해 양보할 뜻을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날 100여명의 젊은 의사들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토론회에서 우봉식 범대위 홍보위원장과 경실련측을 대표해서 나온 신현호 변호사를 비롯, 조갑출 간호협회 이사 등은 관련 이슈에 대해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며 각자의 입장을 강하게 주장해 토론회의 열기를 고조시켰다.

그러나 김강립 의료정책팀장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슈들에 대해 시종일관 신중한 입장을 보여 최근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강경한 자세에서 다소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정부의 고민을 엿볼수 있게 했다.

하지만 종합병원 내 의원급 의료기관 개설 허용이나 의사 프리랜서제 시행 등으로 인한 의료계의 변화 또는 젊은 의사들에게 미칠 영향 등에 대한 토론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아 다소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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