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타인의 삶
상태바
영화 - 타인의 삶
  • 윤종원
  • 승인 2007.03.09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수상작

수십 년간 삶의 목적이었던 신념을 바꾼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 궁금증이 독일영화 "타인의 삶(The Lives of Others)"을 수작으로 승화시킨 힘이다.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을 비롯해 지난해 독일 아카데미상과 유럽영화상ㆍ로카르노 영화제ㆍ밴쿠버 영화제 등을 휩쓴 이 영화는 끝까지 균형을 잃지 않는 연출력과 관객의 시선을 스크린 속에 붙잡아 매는 연기력으로 박수받는 영화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

1984년 동베를린. 경찰학교 교수인 비즐러(울리히 뮈헤)는 악랄한 취조로 유명한 동독 비밀경찰기구 슈타지의 요원이기도 하다. 사회주의에 대한 굳은 신념은 그가 슈타지 요원으로 명성을 얻는 데 일조를 했다.

어느날 비즐러는 경찰학교 동기이자 이제는 상사가 된 그루비츠와 우연히 연극을 보게 된다.

유명작가 드레이만(세바스티안 코흐)이 작품을 쓰고 그의 애인이기도 한 유명 여배우 크리스타(마르티나 게덱)가 출연한 작품이다. 공연장에는 문화부 장관 햄프도 자리했다. 장관 또한 슈타지 요원 출신이다.

반체제 인사 색출에 일가견이 있는 비즐러는 드레이만이 의심스럽다며 감시를 제안한다. 그러나 그루비츠는 "그럴 리 없다"며 제안을 묵살하지만 장관의 명령에 따라 도청작업이 시작된다.

이 일을 맡게 된 것은 비즐러. 그는 드레이만과 크리스타가 함께 사는 집을 24시간 도청하게 된다. 비즐러는 이후 도청작업이 크리스타를 차지하려는 장관의 음흉한 속셈에서 비롯됐음을 알게 된다.

그는 도청작업이 진행되면서 드레이만의 반국가적인 행동을 알게 되지만 눈감아 준다. "이번 한번만 봐준다"라고 되뇌던 혼잣말은 드레이만과 크리스타를 끝까지 보호하는 데까지 이른다.

감독은 국가권력 앞에서 자유롭지 못한 예술인의 현실과 고뇌, 그리고 자유를 향한 이들의 몸부림 등을 보여주면서도 비즐러가 어떤 이유로 이들을 보호하게 되는지는 설명하지 않는다.

시종일관 관심을 끄는 것은 비즐러의 심경변화 원인. 대부분의 영화에서 가볍게 설명되는 이런 부분을 감독은 끝까지 관객을 사로잡는 무기로 사용하고 영화는 이를 통해 긴 여운으로 관객의 머릿속에 남는다.

감독의 연출력 못지않게 영화를 매력적인 무엇으로 만드는 것은 비즐러를 연기한 주연배우 울리히 뮈헤의 열연이다.

그는 얼굴 표정 하나로 비즐러의 내면의 변화를 오롯이 풀어낸다. 뮈헤의 연기력 하나만으로도 영화는 차고 넘친다.

열린 해석의 공간을 마련하고 그 속에 풍부한 상상력을 담아낸 "타인의 삶"은 신예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타인의 삶"은 시드니 폴락 감독, 앤서니 밍겔라 등에 의해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될 예정이다.

2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