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페인티드 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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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페인티드 베일
  • 윤종원
  • 승인 2007.03.0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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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하다. 내용도, 화면도.

"킹콩"의 나오미 왓츠와 "프라이멀 피어" "일루셔니스트"의 에드워드 노튼이 20세기 초 중국의 한 산골마을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영국인 부부로 등장한다. 영국 현대문학의 거장인 윌리엄 서머셋 모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페인티드 베일"은 느긋하게, 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게 사랑의 의미를 찾아간다.

시나리오를 본 두 배우가 프로듀서로까지 나선 이 영화는 한 편의 잘 쓰인 소설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격정적이거나 인위적이지도 않다. 그저 덤덤히 삶의 모습, 자연 앞에 선 인간의 나약함과 용기를 관조적으로 보여주는 한편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가슴에 새기게 한다.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한 까닭에 당시 생활상을 엿보는 것은 시대극이 갖고 있는 잔재미. 주인공들이 사는 중국 산골 메이탄푸는 쾅스 지역에서 촬영됐다. 원시림이 빽빽한 산과 유유히 흐르는 강물, 자연에 순응하는 필부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포만감을 준다.

1925년 영국 런던. 화려한 사교 모임을 즐기는 도도한 아가씨 키티(나오미 왓츠 분)는 결혼하라는 부모의 재촉을 받고 있다. 한 파티장에서 키티를 본 세균학자 월터(에드워드 노튼)는 첫눈에 반해 곧장 프러포즈를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꿈을 꿨던 키티는 부모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사랑 없이 월터와 결혼해 월터의 근무지인 중국 상하이로 간다.

말도 많지 않고, 별다른 취미도 없는 월터와 달리 키티는 적극적이고 인생을 즐기고 싶어해 월터에 대한 키티의 불만은 쌓여만 간다. 어느 날 한 사교모임에서 만난 외교관과 눈이 맞은 키티는 정신없이 불륜에 빠져들고, 월터는 이를 눈치챈다.

상심한 월터는 복수의 심정으로 콜레라가 창궐한 중국 산골 마을인 메이탄푸 병원에 자원하고, 외교관에게 버림받은 키티는 할 수 없이 그를 따라가게 된다. 월터가 병원 일로 정신없이 바쁜 동안 키티는 아무 하는 일 없이 감옥과도 같은 낡은 집에서 무료한 날을 보낸다. 키티는 월터의 복수라고 생각한다.

콜레라를 예방하고 환자를 치료하느라 여념이 없는 월터는 서구세력이 밀려들자 보수적 태도를 보이는 산골 마을 사람들의 적개심까지 받아야 한다. 무료함을 참지 못한 키티는 프랑스 수녀가 운영하는 월터의 병원에 딸려 있는 보육원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서로의 모습을 새롭게 보는 두 사람은 점차 진정한 사랑에 빠져들고, 서로의 존재를 인정한다. 그러나 두 사람의 행복은 오래 가지 못한다.

나오미 왓츠와 에드워드 노튼의 섬세한 연기가 사랑과 질투, 용서와 화해를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두 배우의 은근한 매력은 영화를 풍부하게 만든다.

화끈한 화면, 드라마틱한 설정이 아니라는 점이 대중의 선택을 주저하게 할 수 있지만, 사랑에 미숙했던 어른의 사랑이 성숙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맛이 꽤 깊고 풍부하다.

15세 이상 관람가. 14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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