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바람피기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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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바람피기 좋은날
  • 윤종원
  • 승인 2007.02.0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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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성찰과 진지함 배제한 섹시코미디

이 영화는 참을 수 없을 만큼 가볍다.

"유부녀의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다루면서도 심각함이나 진지한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다. 비난받아야 될 불륜은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행복한 장의사"를 내놓았던 장문일 감독의 "바람피기 좋은날"(제작 아이필름)은 유부녀의 불륜이라는 소재와 함께 김혜수라는 육감적 여배우를 내세워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면서도 자칫 소재가 줄 수 있는 무거움을 애써 외면한다.

심각한 내용을 싫어하는 최근 국내 관객들의 취향을 고려했기 때문일까.

어쨌든 이 영화는 러닝타임의 절반 이상을 베드신으로 채우는 불륜관계를 소재로 다루면서도 전혀 무겁지 않은 코미디의 형식을 덧씌웠다. 때문에 베드신도 선정적이라기보다는 대부분 코믹하고 장난스럽다.

이는 상황 자체의 사실적 묘사도 묘사지만 혹시 있을지 모를 사회적 비난을 피해가려는 제작진의 의도적 연출일 수도 있으나 정작 강렬한 베드신을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여간 실망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배우들의 노출이란 것도 겨우 남자 배우들이 상반신을 보여주는 수준이며 김혜수나 윤진서는 상반신조차도 완전히 보여주지 않는다. 그나마 보여준다는 것이 란제리 차림 정도다.

기대를 모았던 김혜수는 "타짜"에도 못미치는 노출신을 보여준다.

만약 파격적인 노출신을 기대하고 극장을 찾을 요량이었던 관객이라면 일찌감치 포기하라고 충고하고 싶다.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하다. 대담하고 명랑한 유부녀 이슬(김혜수)과 내숭 100단의 유부녀 작은새(윤진서)는 컴퓨터 채팅을 통해 각각 대학생(이민기)과 증권맨 여우두마리(이종혁)를 만나 바람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슬과 작은새는 이들의 컴퓨터 채팅 대화명이다.

이슬은 바람핀 남편에 대해 "맞바람"으로 응대하고, 작은새는 대화없는 답답한 부부관계를 벗어나기 위해 채팅을 즐기다 바람으로 까지 이어진다.

이들은 우연히 같은 모텔 옆방에서 불륜을 즐기게 되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슬의 불륜을 눈치챈 그녀의 남편이 경찰관을 대동하고 모텔을 급습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경찰관은 작은새의 남편.

이슬과 대학생은 경찰에 체포돼 끌려갈 뻔 하다가 방심한 틈을 타 도망치고 갑작스런 남편의 출현으로 화들짝 놀란 작은새 커플은 조용히 모텔에서 빠져나온다.

이같은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이슬과 작은새의 "남편 몰래 불륜"은 계속된다.

두 여자의 대조적인 성격을 드러내보이는 모텔방에서의 톡톡 튀는, 혹은 내숭떠는 대사와 섹스를 대하는 남녀간의 심리차를 코믹하게 묘사한 부분은 나름 재미있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하다.

"바람피기 좋은날"은 마치 이런 종류의 바람을 많이 피워본 사람이 영화를 만든 것처럼 세부묘사가 충실하고 리얼리티가 뛰어나 현재 바람을 피우고 있거나 과거 바람을 피워본 관객이라면 무릎을 치면서 공감할 부분이 많을 듯 하다.

"타짜"로 흥행배우의 반열에 오른 김혜수는 이제는 연기에 관록이 붙었는지 자연스럽고 편안한 유부녀 연기를 보여준다. 윤진서와 남자 배우들의 연기도 그들의 경력을 감안하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마냥 유쾌하고 재밌게만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소재가 줄 수 있는 무거움과 진지함을 애써 배제한 데서 오는 공허함 때문이 아닐까 싶다.


2월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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