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클럽 진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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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클럽 진주군
  • 윤종원
  • 승인 2007.0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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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미남 오다기리 조 조연으로 등장

"우리에겐 재즈가 전부야."
필리핀 한가운데서 지원군을 기다리던 일본병사 겐타로(하기와라 마사토)는 연합군 비행기가 뿌려대던 종전(終戰) 전단은 믿지 못했어도 비행기에서 흐르는 재즈만은 신처럼 믿는다. 제2차 세계대전 중에도 이치조(마쓰오카 슌스케)는 옷장 속에 숨어 재즈를 듣는다. 부모가 원폭피해자임에도 쇼조(오다기리 조)는 양키의 음악인 재즈에 마음이 끌린다.

일본영화 "클럽 진주군(Out of This World)"은 재즈에 미친 다섯 남자 이야기다. 2차대전 이후 피폐한 일본을 배경으로 다섯 청춘의 재즈 사랑을 감미로운 재즈 선율에 녹여냈다. 미국 음악이라는 이유로 당시 일본에서는 재즈를 듣는 것조차 금기시됐다. 영화에는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젊은이들이 겪게 되는 내적 갈등도 오롯이 담겨 있다.

2차대전의 잔해가 채 가시지 않은 도쿄. 겐타로ㆍ이치조ㆍ쇼조ㆍ아키라(무라카미 준)ㆍ미치(아사카와 히로유키) 등 다섯 명의 젊은이는 "러키 스트라이커"라는 재즈밴드를 결성한다. 러키 스트라이커는 미군부대 내 클럽에서 연주하기 위해 급조된 밴드. 멤버 중 유일하게 드럼연주자 쇼조만이 무경험자다.

그는 원폭피해자인 부모에게 돈을 부치겠다는 욕심에 드러머라고 거짓말을 한다. 쇼조의 거짓말은 곧 탄로나지만 구색을 맞춰야 하는 멤버들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받아들인다.

그러던 어느 날 미군부대에 뛰어난 색소폰 연주자 러셀이 부임해 온다. 전쟁 중에 동생을 잃고 일본에 대한 증오심으로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 그는 러키 스크라이커를 돈만 밝히는 저속한 집단으로 취급한다. 밴드의 리더 겐타로와 러셀은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게 되면서 이들의 관계는 점점 악화일로를 걷는다.

이런 가운데 전쟁 중에 잃은 동생을 찾으려고 아키라가 팀을 떠나면서 밴드는 해체 위기에 놓인다.

영화는 시대적 상황 때문에 음악조차 맘놓고 좋아할 수 없었던 젊은이들을 다뤘다. 시대는 재즈를 금지시켰고 그래서 젊은이들은 재즈를 더욱 숭상했다.

밴드 멤버들은 재즈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죄의식에 시달리고 "미군 놈의 비위나 맞춘다"는 비아냥거림도 듣는다. 이들의 얘기를 통해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시대의 아픔을 그려낸다.

사카모토 감독은 김대중 납치사건을 영화로 옮긴 "KT"의 감독으로 익숙한 인물.

"클럽 진주군"은 큰 틀에서 보면 반전영화다. 영화는 밴드 멤버뿐 아니라 전쟁으로 인해 고통받는 미군병사 러셀 등을 통해 승전국도 패전국도 모두 고통받는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강한 반전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카모토 감독은 "KT"를 촬영할 당시 9ㆍ11 테러사건이 발생하자 이 영화를 만들 결심을 했다고.

사카모토 감독은 전쟁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감미로운 재즈 선율로 포장해 무게감을 대폭 줄였다. "테이크 더 에이 트레인(Take The A Train)" "센티멘탈 저니(Sentimental Journey)" "대니 보이(Danny Boy)" 등 귀에 익은 재즈 음악만으로도 즐거운 영화다. 그러나 일본을 전쟁피해국으로 묘사한 몇몇 장면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 속에서 주로 수려한 "꽃미남"으로만 등장했던 오다기리 조가 "어리버리"하지만 열정적인 드러머 쇼조를 연기한다. 오다기리 조의 팬들에게는 그의 새로운 매력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

거장 켄 로치가 연출한 "내 이름의 조(My Name is Joe)"로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았고, 연출작 "막달레나 시스터즈(The Magdalene Sisters)"로 베니스 영화제의 최고 영예인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배우 겸 감독 피터 뮬란이 미군부대 클럽 지배인 짐으로 출연했다. 주인공 겐타로 역의 하기와라 마사토는 일본에서 히트한 드라마 "겨울연가"에서 배용준의 목소리를 연기한 배우이기도 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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