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그놈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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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그놈 목소리
  • 윤종원
  • 승인 2007.01.23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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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 열연 불구 단조로운 흐름 아쉬워

실제 있었던 유괴사건을 영화의 소재로 삼은 것은 "그놈 목소리"(감독 박진표, 제작 영화사 집)의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다.

70대 노부부의 사랑과 성을 다룬 "죽어도 좋아"와 멜로 영화 "너는 내 운명"을 통해 팩션(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란 장르에 천착해온 박진표 감독은 1991년 발생했던 이형호 군 유괴사건을 소재로 만든 "그놈 목소리"를 통해 또하나의 박진표식 팩션을 선보였다.

"현상수배극"을 표방한 이 영화는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지난해 1월 공소시효가 만료된 이 사건의 범인을 국민이 힘을 합쳐 반드시 잡자는 메시지다.

비극으로 끝난 이 사건을 영화화하기가 쉽지 않았으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작진의 이같은 시도가 이해가 가지 않는 바는 아니지만 영화가 순수한 예술작품에 그치지 않고 캠페인성 의도가 지나치면 관객을 불편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뛰어난 리얼리티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연배우들의 몸을 아끼지 않는 열연도 작품의 리얼리티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처음부터 끝까지 기승전결이 없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는 이야기 구도는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 수 있는 요소다. 이는 반복되는 협박전화와 부모의 비슷비슷한 애절한 반응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는 유괴사건이란 소재 자체가 갖는 영화적 한계일 수도 있다.

박 감독은 인터뷰에서 "연출이나 스타일이나 영화적 재미보다는 그 아이 부모를 연기하는 배우 중심으로 가자는 원칙이 있었다"고 밝혔지만 그러한 원칙이 일반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범죄와의 전쟁이 선포될 정도로 흉흉한 강력범죄가 끊이지 않던 1990년대. 방송국 뉴스앵커인 한경배(설경구)의 9살난 아들 상우가 어느 날 흔적없이 사라지고 1억 원을 요구하는 유괴범(강동원)의 피말리는 협박전화가 시작된다.

아내 오지선(김남주)의 신고로 부부에겐 전담 형사(김영철)가 붙고 비밀수사본부가 차려져 과학수사까지 동원되지만 지능적인 범인은 이들을 조롱하듯 수사망을 빠져나가며 집요한 협박전화로 한경배 부부에게 새로운 접선방법을 지시한다.

치밀한 수법으로 정체가 드러나지 않는 유괴범의 유일한 단서는 그의 협박전화 목소리뿐이다.

교양있는 말투지만 감정이라곤 없는 듯 소름끼치게 냉정한 "그놈 목소리"다. 사건 발생 40여 일이 지나도록 상우의 생사조차 모른 채 협박전화에만 매달려 일희일비하는 부모들. 하지만 부모의 실낱같은 희망에도 불구하고 상우는 유괴 44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다.

이 사건은 지난해 1월 공소시효가 만료돼 이제는 범인을 잡아도 처벌을 할 수가 없게 됐지만 제작진은 반인륜적 범죄 공소시효 폐지 운동과 함께 녹취로 남아있는 범인 음성을 통해 범인을 잡자는 캠페인을 제안한다.

부모 역의 설경구와 김남주는 몸을 던지는 열연을 펼쳤지만 이들을 받쳐줘야 할 조연들은 이렇다하게 인상적인 캐릭터 구축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아쉽다.

다만 "그놈 목소리"를 연기한 강동원의 목소리 연기는 이 영화가 건진 수확 중 하나라고 평가할 만하다. 영화를 보는 느낌은 자녀가 있는 부모와 그렇지 않은 관객이 다를 수 있을 듯.

2월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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