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낯선 여인과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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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낯선 여인과의 하루
  • 윤종원
  • 승인 2007.01.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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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 주인공간의 대화만으로 84분을 끌고 간다.

웬만한 관객은 지루함을 참기 어렵다. 시종일관 스크린을 두 개로 분할하는 실험적 영상 테크닉을 통해 뭔가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보려 했지만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눈만 피곤하고 머리만 아프다고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일 듯.

개성파 배우로 꼽히는 헬레나 본햄 카터와 "에린 브로코비치" "페이첵"에서 특색 있는 연기를 선보였던 애런 에크하트가 남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국 영화 "낯선 여인과의 하루"는 어차피 대중성은 포기한 영화로 보인다.

그렇다고 작품성이 특별히 뛰어난가 하면 그렇게 보기도 어렵다. 한스 카노사 감독의 의도는 두 남녀 주인공의 밀도 있는 대사를 통해 심리 묘사가 뛰어난 여성 취향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던 것 같지만 별로 성공한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어지간한 집중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시종일관 단조로운 흐름으로 진행되는 영화에 몰입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는 뉴욕의 한 결혼식 피로연에서 두 남녀가 만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핑크색 드레스를 입은 신부 들러리에게 한 남자가 다가와 샴페인을 건네며 말을 건다. 여자는 "고맙지만 전 됐어요"라고 도도하게 사양하지만 남자는 쉽게 물러나지 않는다.

겉으로는 처음 만난 여자에게 수작을 거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들의 대화가 진행될수록 둘 사이에 무언가가 얽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이들은 한때 결혼했던 사이였지만 아직 어렸던 탓에 쉽게 헤어졌던 옛 연인 사이. 12년 만에 우연히 만나게 된 이들은 각자 남편과 애인이 있지만 서로에게 이끌려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영화는 이들이 만나게 되면서부터 하룻밤을 지낸 뒤 여자가 영국으로 돌아가기까지 나눈 대화와 애정행위만으로 84분의 러닝타임을 채운다.

다른 등장인물이라곤 결혼식 피로연을 오가던 하객과 엘리베이터를 같이 탔던 여자, 그리고 두 주인공과의 전화통화를 통해 등장하는 두 사람의 남편과 애인 정도뿐이다.

영화는 시종일관 화면분할을 통해 복잡다단한 심리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실험성을 시도했지만 보고 있는 사람은 여간 눈이 아프지 않다. 독창성이나 실험성에 점수를 줄 평론가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관객은 재미를 느끼기 쉽지 않을 듯.

연기력? 출연 배우들이 아무리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한다 하더라도 이런 영화에서라면 크게 중요하게 느껴지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헬레나 본햄 카터는 이 영화로 제18회 도쿄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한스 카노사 감독도 심사위원특별상을 수상했다.

2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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