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천년여우 여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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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천년여우 여우비
  • 윤종원
  • 승인 2007.01.18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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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무대 겨냥한 한류 프로젝트

드라마 "전설의 고향"의 단골손님 구미호가 이번에는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돌아왔다.

영화 속에서는 가슴 절절한 사랑도 하고("구미호"), 섹시한 몸매로 남자를 진하게 유혹하기도 하더니("구미호 가족") 이번에는 귀여운 개구쟁이 꼬마 아가씨로 둔갑했다.

사춘기 구미호의 가슴 아픈 사랑을 담아낸 "천년여우 여우비"(감독 이성강, 옐로우필름ㆍ선우엔터테인먼트 공동제작)는 세계 진출을 겨냥한 한류 프로젝트.

이야기의 소재는 한국적이지만 그 만듦새는 동양적인 느낌을 물씬 풍긴다. 캐릭터와 오리엔탈풍의 서정적인 음악 등 전체적인 분위기도 일본풍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으로 유명한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스튜디오의 작품을 보는 듯하다.

"마리 이야기"로 최고 권위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안시 페스티벌에서 그랑프리를 거머쥔 이성강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KBS 다큐멘터리 "도자기"에서 신비로운 음악을 선사했던 재일교포 양방언 씨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해 눈길을 끈다.

주인공 여우비 목소리는 톱스타 손예진이, 여우비가 사랑을 느끼는 황금이의 목소리는 "천하장사 마돈나"로 청룡영화상ㆍ부산영평상 신인남우상을 받은 류덕환이 맡았다. 마음이 따뜻한 노총각 선생님 강 선생 목소리는 공형진이 연기했다.

산 속에 홀로 살고 있는 여우비는 어느 날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 "요요"들을 만난 뒤 한 집에 살게 된다. 평온한 나날을 보낸 지 100년. 인간의 나이로 10살 정도 된 여우비는 모르고 지내던 세상에 대해 조금씩 흥미를 느끼게 된다.

한편 요요들은 고향별로 돌아가려고 우주선을 재조립해 시험비행을 감행한다. 그러나 말썽꾸러기 요요인 "말썽요"의 실수로 우주선은 풍비박산이 나고, 말썽요는 동료의 질타에 가출해 버린다. 말썽요가 마을로 내려갔다는 소식에 여우비와 요요들은 말썽요를 찾아나선다.

마을의 학교에서는 노총각 선생님 강 선생이 "왕따" 학생들을 위한 극기훈련 캠프을 진행 중. 말썽요가 그곳에 있는 것을 알고 여우비는 학생으로 가장해 캠프에 합류한다.

그곳에서 여우비는 싸움만 하는 말썽꾸러기 황금이를 만나게 된다. 점점 황금이를 좋아하게 된 여우비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게 된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신비스러운 판타지의 옷을 입었다. 우주인과 말하는 욕조, 하늘을 날아다니는 버스, 그림자로 이루어진 그림자 탐정, 영혼의 세계인 "카나바" 등 상상 속에서 만날 수 있는 것들로 가득하다. 여기에 양방언 씨의 신비스럽고 묘한 느낌의 음악이 덧대져 신비로움을 배가시킨다.

영화의 단점은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 줄거리. 말없이 밤거리를 뛰는 자폐증 아이 등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지만 이는 이야기의 기본 얼개를 해치지 않은 채 신비로운 분위기에 일조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한다.

타인을 위해 자신의 영혼을 버리는 여우비의 모습은 감동으로 다가온다. 목소리 연기가 처음이라는 여배우 손예진은 성우 못지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한국적이지는 않지만 한국 애니메이션의 진일보라고 평가할 만한 작품이다.

25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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