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사랑해 파리
상태바
영화 - 사랑해 파리
  • 윤종원
  • 승인 2007.01.17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참 독특한 영화다. 어찌 이런 만남이 가능해졌는지 의심스러울 만큼. 창작을 하는 이들이 얼마나 새로운 것에 목말라하고, 기꺼이 동참하려 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2시간짜리 영화는 무려 20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됐다. 따라서 길어야 5분을 넘지 않는 단편이다. 파리의 20개구 행정구역을 나눠 구(區)별로 하나씩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 단편들이 모여 "사랑해 파리"라는 거대한 장편이 이뤄졌다. 문학으로 따지자면 콩트가 모여 장편소설이 되는 셈이다.

참가자들의 면면이 이 영화를 주목하게 한다. "롤라 런"의 톰 티크베어 감독이 파리 10구역을 배경으로 단편을 만들어냈고, 이를 "베티블루" "아멜리에"의 프로듀서인 클라우디 오사르가 파리 전체를 배경으로 한 사랑 이야기로 꾸리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기획안을 전해 들은 거장들이 속속 참여했다. "파고" "바톤 핑크" 등으로 기발한 형식을 선보였던 조엘 코언&에단 코언, 즉 코언 형제 감독이 제일 먼저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이어 "아이다호" "엘리펀트"의 구스 반 산트, "스크림" "나이트메어" 시리즈의 웨스 크레이븐,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를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 "어바웃 슈미트"의 알렉산더 페인, "다크 워터"의 월터 살레스, "슈팅 라이크 베컴"의 거린더 차다, "큐브"의 빈센조 나탈리, "아비정전" "화양연화" "첨밀밀"의 촬영감독 크리스토퍼 도일 등등 웬만한 영화 팬들이라면 기억하고 있는 20명의 감독이 재기발랄한 단편을 만들어냈다.

주연배우도 마찬가지. 줄리엣 비노시, 나탈리 포트만, 스티브 부세미, "반지의 제왕"의 프로도로 유명한 엘라이자 우드, 닉 놀테 등등. 이들은 이 새로운 작업에 거침없이 동참을 선언했다.

장르도 다양하다. 멜로에서 휴먼 드라마, 공포에 SF적 시선까지.

주제 역시 20명이 제각각이다. 사랑에 목마른 평범한 남자부터 흡혈귀들의 사랑, 파리를 찾은 중년 미국 여성의 자아 찾기, 장애우가 느끼는 인생에 동성애도 빠질 수 없다. 중년 아버지의 딸에 대한 사랑, 바람 피운 남편이 병든 아내를 돌보다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자, 이렇게 화려한 성찬이긴 하지만 정신없지는 않을까. 사실 영화 초반에는 집중력이 요구된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 어느새 한 편이 끝나고 또 다른 한 편이 시작된다.

그러나 독특한 형식에 서서히 낯이 익고, 각 단편이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자연스럽게 찾게 되면 전체적으로 포만감이 찾아온다. 무려 81번의 편집을 거쳐 만들어진 영화는 "따로 또 같이"의 매력을 뽐내듯 드러낸다.

거장들은 자신의 실험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새로운 각도의 카메라, 과감한 편집 등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풀어낸 인상이다. 짧은 이야기를 제대로 전달하는 건 배우들의 몫. 뛰어난 연기력의 배우들은 굳이 대사로 표현하지 않아도,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도 자신이 무엇을 전달해야 할지 확실히 알고 있다.

이 새로운 형식의, 만나기 힘든 영화를 보는 즐거움은 관객의 몫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2월1일 개봉.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