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황후화
상태바
영화 - 황후화
  • 윤종원
  • 승인 2007.01.15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키아벨리즘과 중화사상의 장이머우적 미장센

장이머우(張藝謨) 감독의 신작 "황후화"는 중국이 할리우드에 대적하기 위해 작심하고 만든 중국판(版) 블록버스터다.

중화사상(中華思想)의 자긍심이 물씬 풍기는 이 대작에는 중국 영화사상 최대 규모인 45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으며 집중된 자본과 유구한 역사가 결합돼 탄생한 색채와 영상미학의 화려함은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관객을 압도한다.

"홍등" "영웅" "연인" "황후화"로 이어지는 장이머우의 색채와 스케일에 대한 집착은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커지는 스케일에 반비례해 디테일은 갈수록 작아진다. "홍등"에서 보여줬던 치밀한 심리 묘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제는 40줄에 접어든 궁리(鞏利)도 좀 지겹다.

"황후화"는 당나라 말기를 배경으로 한 궁중 암투극이다. 음력 9월9일을 일컫는 축제인 중양절(重陽節)을 앞두고 당나라 황궁에는 수십만 송이에 달하는 황금색 국화가 화려하게 깔린다.

하지만 황궁을 휘감는 진한 국화향기 뒤에는 몸서리쳐지는 음모와 비릿한 피냄새가 숨겨져 있다.

황후(궁리)는 황제(저우룬파)가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첫째 왕자와 근친상간에 빠져 있고 이를 눈치챈 황제는 황후가 먹는 보약에 은밀히 정신이상을 일으키는 약을 넣어 황후를 서서히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황후는 둘째 왕자에게 도움을 요청해 중양절에 반란을 일으키려 계획을 세운다.

황제와 황후, 그리고 세 아들의 관계가 서로 얽히면서 황실에서 벌어지는 암투는 점점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빠져드는데….

근친상간과 골육상쟁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모티브로 전개되는 "황후화"는 시종일관 화려한 색채와 영상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중국 역사상 가장 화려했다는 당나라 말기의 황실을 현대적 영상으로 재현한 장이머우의 상상력과 미장센은 영화적 탐미주의의 극치를 보여준다.

수만 평에 달하는 황궁을 뒤덮는 황금색 국화의 물결과 형형색색으로 치장된 황실 복도의 휘장, 창틀, 기둥들은 이 영화의 또다른 주인공이라 할 만하다.

어깨와 가슴선을 드러낸 수백 명의 시녀들조차 황실의 시각적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품으로 기능한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수만 명의 반란군와 황실 근위대가 벌이는 일대 결전은 "인해전술"이란 사자성어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저절로 깨닫게 만드는 장이머우식 스펙터클의 결정판이라 할 만한 장관이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재미도 있고 시각적 볼거리도 풍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맛이 씁쓸한 것은 이 영화의 화려함 뒤에서 할리우드의 "팍스 아메리카나"에 대항하고자 하는 21세기 중국의 꿈틀거리는 야심이 화면 곳곳에 묻어나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근친상간과 골육상쟁을 소재로 삼았다는 이유로 크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25일 개봉 예정.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