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보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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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보랏
  • 윤종원
  • 승인 2007.0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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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비하 통한 블랙코미디 씁쓸한 뒷맛

영국 코미디언 사차 바론 코언이 주연을 맡은 코미디 영화 "보랏"은 정말 웃긴다. 특히 전반부가 그렇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다소 억지스러워지고 지리멸렬해진다. 아마도 아이디어가 고갈돼서일 것이다.

지난해 5월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이 영화는 일종의 블랙코미디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내용은 카자흐스탄이란 다소 생소한 나라에 대한 엉뚱한 비하와 모독으로 가득차 있다.

아무리 코미디란 걸 감안하더라도 이 영화는 중앙아시아의 자원부국인 카자흐스탄을 강간범과 매춘부들이 우글대고 성 차별과 인종 차별이 만연해있는 지구상 최고의 미개국가 중 하나로 묘사한다.

난데없이 요상한 할리우드 영화에 펀치를 한 대 맞게 된 카자흐스탄 국민들의 감정이 어떠할 지 상상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이쯤 되면 "007 어나더데이" 때 한국민들이 받은 모욕감에 비할 바가 아닌 것 같다.

영화는 "미개국" 카자흐스탄 방송 리포터가 미국의 선진문화를 취재하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그린다.

"미개국" 리포터가 선진국에서 겪게 되는 문화충돌을 코미디의 소재로 삼아 84분 동안 관객들을 웃겨댄다.

카자흐스탄 방송국에서 일하는 리포터 보랏은 미국의 선진 문화를 배워 조국을 발전시키라는 카자흐스탄 정보부의 특명을 받고 미국 뉴욕으로 간다.

하지만 일은 뒷전. 우연히 호텔방 TV에서 보게 된 TV시리즈 "베이워치"의 여배우 파멜라 앤더슨을 보고 첫눈에 사랑에 빠진 그는 그녀와 결혼하겠다는 일념으로 캘리포니아까지 긴 여행을 시작한다.

갖가지 웃지못할 에피소드를 겪으며 보랏은 힘겹게 LA에 도착하지만 파멜라 앤더슨은 자신이 상상했던 순수한 여인상과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영화는 보랏이 고향인 카자흐스탄으로 돌아가면서 끝이 난다. 영화 속 카자흐스탄 마을은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북쪽으로 2시간 가량 떨어진 집시마을에서 촬영됐다.

이 마을 주민들은 "영화에서 우리 마을이 근친상간이 만연하고 강간범과 매춘부가 들끓고 있는 곳으로 그려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면서 현재 제작진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11월 "영화 "보랏"이 특정 인종과 종교를 폄하하고 러시아 관객들을 문화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며 자국 내 상영금지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여러 의미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이 영화는 국내에서 25일 개봉할 예정이다.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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