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줌, 알래스카
상태바
영화 - 줌, 알래스카
  • 윤종원
  • 승인 2006.12.22 08: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독일영화 두 편 씨네큐브서 동시개봉
평소 접하기 어려운 독일영화 두 편이 이달 28일 서울 신문로 1가 씨네큐브에서 동시 개봉된다.

"줌(zoom)"과 "알래스카(alaska.de)"가 그것으로 사회 소외계층이 인생의 막다른 골목에서 만나는 사랑을 담아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거친 폭력 또한 두 영화가 공통으로 갖고 있는 요소.

모두 사랑 얘기지만 "줌"에서의 사랑은 구원인 반면 "알래스카"에서의 그것은 아픔이다. 소외계층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탓인지 화면의 질감 역시 거칠다. 각각 사진작가와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이 만들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

먼저 "줌"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줌"은 창녀와 실업자 청년의 사랑을 소재로 했다. 왈러(플로리안 루카스)는 실업자지만 이웃집 여인 완다(오아나 솔로몬)의 우편함에 돈을 넣어줄 만큼 충분한 돈을 벌고 있다. 그가 돈을 버는 방법은 고급 콜걸인 완다의 뒤를 밟아 그녀의 고객들을 캠코더에 담고 이후 이를 미끼로 돈을 뜯어내는 일.

그러나 캠코더로 완다의 모습을 담던 왈러는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우연히 자신에 집에 밀가루를 얻으러 온 완다에게 고백하지만 거절당한다. 완다에게는 이미 남편과 어린 아들이 있었던 것.

어느 날 완다의 집에 들르게 된 왈러는 그녀가 마음에도 없는 일을 하게 된 이유를 알게 된다. 폭력적인 남편이 돈을 벌어오라며 그녀를 거리로 내몬 것이다. 왈러는 완다의 "수호천사"가 돼주기로 결심하고 그녀의 삶 속으로 들어간다.

"줌"은 창녀와 실업자의 사랑 얘기. 창녀인 완다의 섹스행위를 왈러가 캠코더에 담는 모습을 지속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훔쳐보기 심리를 자극한다. 개연성을 훼손시키는 장면이 있다는 것이 눈에 거슬리는 부분. 동병상련의 두 사람이 사랑을 통해 희망을 찾는다는 결말이 이채롭다.

"알래스카"는 첫사랑이 소재다. 감독이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만난 불량 청소년들과 함께 찍은 영화다. 영화를 찍을 당시 출연자 모두 비행 청소년이었다는 점과 모두 비전문 배우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부모가 이혼한 뒤 엄마와 살던 사비나(야나 팔라스케)는 엄마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서 아버지에게 보내진다. 떠밀리다시피 아빠가 사는 낯선 도시에 도착한 사비나는 우연히 길을 가던 한 소년에게 도움을 청한다. 다음 날 전학 간 학교에서 사비나는 같은 반 친구로 그를 만난다. 그의 이름은 에디(프랑크 드뢰제).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주변 친구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아는 척을 하지 않는다.

어느 날 사비나는 방과 후 우연히 길을 걷다 피 묻은 칼을 들고 뛰어가는 미샤(토니 블루메)를 보게 된다. 같은 반 친구인 미샤는 에디와 둘도 없는 친구 사이. 사비나는 미샤가 지나간 자리에서 피로 물든 시체를 발견한다. 놀란 사비나는 황급히 그 자리를 피하려다 너무 놀란 나머지 생물 교과서를 그곳에 떨어뜨린다.

그날 이후 사비나는 미샤의 협박을 받게 되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 위태로운 삶을 지탱해 나간다. 그때 에디가 사비나에게 다가온다. 사비나는 에디와 함께 댄스파티에도 가고 아무도 알지 못하는 에디만의 비밀 장소를 공유하며 친구 이상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사비나가 살인사건 현장에 떨어뜨린 생물 교과서 때문에 경찰이 학교로 찾아오고 급기야 학생들에게 생물 교과서를 제출하라는 지시가 떨어진다. 결국 사비나 혼자만 제출하지 못하게 되고, 미샤는 사비나가 진실을 털어놓을까봐 그녀를 없애버릴 결심을 한다.

영화 속 첫사랑은 살인사건과 엮이면서 아픔으로 남는다. 첫사랑을 시작하는 소녀에게 주위 환경은 실패의 원인이 된다. 감독은 사비나의 첫사랑을 통해 사랑마저도 아름답게 이뤄갈 수 없는 소외된 아이들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사비나의 상상으로 처리된 마지막 장면은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줌"과 "알래스카"는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각각 "청소년 관람불가"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