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언니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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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언니가 간다
  • 윤종원
  • 승인 2006.12.2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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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청춘스타 고소영, 코믹 캐릭터 도전

제목부터가 유치한 이 영화에서 뭔가 심각한 주제를 끄집어내려는 노력은 무의미하다.

김창래 감독의 코믹 로맨스 "언니가 간다"(제작 시오필름)는 가벼운 소재를 그보다 더 가벼운 터치로 그린 전형적인 "킬링 타임"용 영화다.

1990년대 청춘스타였던 고소영이 오랜만에 영화에 얼굴을 내밀었다.

영화는 여고생 시절 바람둥이 남학생을 좋아했다가 보기좋게 차인 뒤 자신의 인생이 꼬였다고 생각하는 서른 살의 나정주(고소영)가 시간여행을 통해 12년 전으로 돌아가 잘못 채워진 첫 단추를 다시 제대로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만화 같은" 과정을 그린다.

화려한 의상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의상실에서 주로 잡일을 도맡아 하는 패션 디자이너 보조 나정주는 서른 살이 되도록 변변한 남자친구 하나 없고, 게다가 사랑 따윈 믿지 않는 소극적인 연애관의 소유자.

풋풋한 여고시절이던 12년 전 "마지막 남자"라고 믿었던 첫 남자 조하늬(이중문)로부터 배신당한 것이 원인으로, 그 후 그녀는 사랑뿐 아니라 자신의 인생까지 심하게 꼬였다고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패션쇼 준비로 분주하던 어느 날, 호텔 로비에서 나정주는 우연히 고교동창 오태훈(이범수)을 만나고 깜짝 놀란다.

고교시절 자신을 그렇게 쫓아다녔지만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매력 제로 범생이" 태훈이 연 매출 100억 달러 회사의 최고경영자(CEO)가 돼 몰라볼 정도로 멋지게 변해 있던 것.

태훈으로부터 저녁식사에 초대받은 나정주는 "나정주는 오태훈의 영원한 첫사랑"이라고 고백하는 태훈과의 행복한 미래를 잠시 상상해보지만 12년 전 고교시절 얘기를 하던 중 태훈이 하늬와 정주가 떠났던 춘천 밀월여행 이야기를 얼떨결에 꺼내자 욱하는 마음을 못 참고 자리를 박차고 나와버린다.

태훈과의 데이트를 망치고 첫 남자 때문에 꼬여버린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며 울며 잠든 그 날 밤, 정주에게 마법 같은 선물이 도착한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

그 순간 정주는 자신의 인생을 괴롭혀온 12년 전으로 돌아가 조하늬와의 첫사랑을 말끔히 지우고 대신 오태훈과 사귀어 행복한 현재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도전한다.

영화는 열여덟 살 나정주가 첫사랑의 홍역을 앓던 시대적 배경인 1994년의 특징적 분위기를 영화 곳곳에 삽입해 "Back to 1994"를 실천했다.

음악에서부터 의상, 소품까지 1994년의 모든 것을 완벽히 재현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

이제는 옛날 얘기가 돼버린 추억의 통신문화 "삐삐"라든가 컴퓨터통신 "하이텔", 당시 최고 인기였던 청바지 브랜드 "게스", 당시 최고의 인기그룹이었던 "듀스"의 인기곡 등이 등장, 1994년을 지나온 관객에게 아련한 추억을 안겨준다.

현재의 나정주와 과거의 나정주를 각각 고소영과 조안이 연기하고 현재의 오태훈과 과거의 오태훈에이범수와 유건, 현재의 조하늬와 과거의 조하늬에 김정민과 이중문이 각각 더블캐스팅된 것도 영화의 또다른 특징 중 하나.

영화는 전반적으로 유치하고 주요 출연진들도 한물간 스타 또는 인지도가 높지 않은 신인배우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런 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년 1월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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