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중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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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중천
  • 윤종원
  • 승인 2006.12.1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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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세계 그린 화려한 컴퓨터그래픽 볼거리

정우성ㆍ김태희 주연의 "중천"(감독 조동오. 제작 나비픽처스)은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영화다.

"비천무"의 흥행 성공 이후 종종 시도돼 왔으나 국내에서 그다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판타지 액션"이라는 장르에 한국 영화로는 파격적인 100억원이 넘는 제작비를 쏟아부었을 뿐 아니라 톱스타인 정우성과 김태희가 남녀 주인공을 맡았다는 점 때문이었다.

순수 국내 기술로 모든 컴퓨터그래픽(CG)을 처리했고 일본의 세계적인 영화음악가 사기스 시로가 음악을, 동양인 최초의 아카데미상 수상자인 에이미 와다가 의상을 담당한 것도 화제가 됐다.

15일 용산CGV 시사회장에서 처음 공개된 화제작 "중천"은 그동안의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었다.

죽은 영혼들이 49일 동안 머물며 환생을 준비한다는 상상 속 공간인 "중천"을 CG로 재현한 제작진의 상상력과 중국 영화 "영웅"을 연상시키는 빼어난 영상미, 역시 CG로 재현한 마지막 대전투신 등은 압권이었으나 전부터 우려했던 일부 주연 배우의 연기력은 아쉬움을 던져줬다.

"중천"의 줄거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자신을 대신해 죽은 연인을 잊지못한 채 살아가는 퇴마무사 이곽(정우성)은 원귀들의 반란으로 깨져버린 결계를 통해 죽음의 세계인 중천으로 들어가게 된다. 환생을 기다리며 죽은 영혼들이 49일간 머무는 중천에서 죽은 연인과 꿈에 그리던 재회를 이룬 이곽.

하지만 그녀는 모든 기억을 지운 채 중천을 지키는 하늘의 사람인 천인 소화(김태희)가 되어 더 이상 그를 알아보지 못한다.

원귀들의 반란으로 중천은 위기에 처하고 중천을 구할 수 있는 영체 목걸이를 지닌 소화는 그들의 표적이 된다.

한편 반란을 일으킨 원귀들이 이승에서 형제같이 지냈던 퇴마무사 동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곽은 사랑하는 소화를 지키기 위해 이제는 막강한 원귀가 되어버린 처용대장 반추(허준호)와 이승의 퇴마무사 동료들과의 피할 수 없는 운명적 대결을 펼친다.

영화는 "사랑의 힘이 모든 것을 초월한다"는 고전적 결말로 끝을 맺는다.

제작진은 상상 속 세계인 "중천"을 재현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 완전한 판타지적 세계로 표현하기보다는 이승과 비슷하면서도 좀더 화려하고 신비로운 색채로 덧칠을 하는 방식을 택했다.

좀더 환상적이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중천의 세계를 나름대로 설득력있게 표현한 제작진의 상상력에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꽃잎이 가득 쌓여있는 나룻배가 이곽과 소화를 태우고 은은한 불빛이 일렁이는 호수 위에 떠있는 장면과 같은 아름다운 영상미도 눈을 즐겁게 하는 볼거리다.

특히 마지막에 이곽이 3만 원귀 대군과 벌이는 대전투신은 국내 CG 기술로 표현한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의 빼어난 압권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도 한국영화의 발전이 상당 부분 이뤄져 왔음을 새삼 증명한다.

정우성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외로운 무사 역을 맡아 제 몫을 다한다. 하지만 감정몰입이 부족한 듯한 김태희의 연기는 아쉬움이 남는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보이지만 역부족이다. 영화 초반 몇몇 장면에서는 두 배우의 호흡이 잘 맞지 않는 듯한 모습도 눈에 띈다.

하지만 현재 "한국 최고의 미녀"로 평가받는 김태희의 예쁜 얼굴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한 장면이 빈번히 나오는 것만으로도 관객들은 보상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빼어난 영상미와 상상력의 구현에 공들인 티가 역력하지만 이야깃거리의 빈한함과 중천의 환상적인 분위기와 동떨어진 대사체는 환상의 세계로의 몰입을 방해한다.

21일 개봉예정인 "중천"은 같은 날 개봉하는 "007 카지노 로얄" "해피 피트" "박물관이 살아있다" 등 대작 외화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할 것 같다.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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