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네티비티 스토리 : 위대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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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네티비티 스토리 : 위대한 탄생
  • 윤종원
  • 승인 2006.12.1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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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녀 아닌 인간 마리아 그려내는 하드윅 감독 연출력 탁월

영화 "네티비티 스토리-위대한 탄생"은 종교영화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예수 탄생의 과정을 다뤘다. 단순한 종교영화라는 판단에 관심 자체를 두지 않을 수도 있지만 단언하건대 그저 그렇고 그런 종교영화는 아니다. 만듦새가 다르다.

"네티비티 스토리..."는 성모 마리아를 내세웠다. 성령의 힘으로 예수를 잉태할 당시 마리아의 나이는 16살이었다. 소녀 마리아는 믿음과 신념으로 모든 난관을 뚫고 예수를 무사히 출산한다.

영화는 인간 마리아의 내면에 천착한다. 마리아에게는 신실한 믿음과 함께 예수 잉태로 인한 인간적인 두려움, 자신이 선택받은 것에 대한 의구심 등이 혼재한다. 감독은 이 과정을 섬세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냈다.

친로마 정책을 펴는 유대의 왕 헤롯의 폭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메시아가 탄생할 것이라는 예언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헤롯의 과중한 세금 때문에 생활이 곤궁한 나사렛 사람들. 마리아의 가족도 마찬가지다. 마리아의 아버지는 세금을 못 내면 군사들이 딸을 대신 잡아갈까 봐 마리아의 안전을 위해 목수 요셉과 정혼하도록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올리브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 마리아에게 천사 가브리엘이 나타난다. 그는 마리아를 "하느님에 의해 선택받은 자"라 칭하며 아들을 낳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아들 예수가 세상을 구할 것이라는 말도 덧붙인다. 당시 미혼모는 경멸과 치욕의 대상. 그렇지만 마리아는 천사의 계시를 묵묵히 받아들인다. 마리아의 사촌인 엘리자베스 또한 천사의 계시로 노년에 아이를 임신한다.

영화는 강한 여성 마리아의 매력으로 채워졌다. 여성감독 캐서린 하드윅은 인간 마리아에 포커스를 맞추고 인간으로서 마리아를 그린다. "네티비티 스토리..." 속에는 결혼보다는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좋고 전혀 예쁘지 않은 소녀 마리아가 있다. 성화 속의 이상화된 어여쁜 마리아가 아니다.

하드윅 감독은 절제된 대사로 마리아의 속내를 한 꺼풀씩 벗겨낸다. 대사는 감동을 종용하지 않지만 그래서 더 감동적이다.

마리아로 출연한 케이샤 캐슬 휴즈는 그 모습 자체가 인간 마리아였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영화 "웨일 라이더(Whale Rider)"로 2004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던 케이샤 캐슬 휴즈는 영화처럼 16살의 나이에 임신해 화제가 됐다.

영화 사상 처음으로 바티칸에서 월드 프리미어 시사회를 열 정도로 카톨릭교계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비종교인에게도 감동적인 영화다.

21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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