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랑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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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랑페르
  • 윤종원
  • 승인 2006.12.0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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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의 또다른 3부작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의 "랑페르"(프랑스어로 "지옥"이라는 뜻)는 전형적인 프랑스풍 영화다.

이는 모든 대사가 프랑스어로 처리되고 주연 배우들이 모두 프랑스인이라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영화는 매우 정적이며 등장인물들의 병적인 심리상태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에 등장하는 세 명의 자매는 하나같이 병적인 사랑에 집착한다.

세 자매 중 첫째인 소피(에마뉘엘 베아르)는 남편의 외도로 인한 고통으로 몸부림치며 막내인 안느(마리 질랭)는 친한 친구의 아버지와 금지된 사랑에 빠진다.

누구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고 홀로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둘째 셀린(카랭 비야)은 어느 날 갑자기 눈앞에 나타난 낯선 남자에게 충동적으로 몸을 맡긴다.

이들은 어린 시절 부모간의 심각한 불화와 이로 인한 아버지의 자살이라는 심리적 충격을 공통적으로 안고 있다.

각본을 쓴 크쥐시토프 키에슬로프스키 감독은 "랑페르"를 통해 인간이 겪는 심리적인 지옥의 풍경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전해진다.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얻어 "천국" "지옥" "연옥" 3부작을 구상했던 키에슬로프스키는 비록 시나리오를 끝내기 전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으나 그가 남긴 미완성의 시나리오는 키에슬로프스키의 오랜 영화 동지인 피시비츠의 손에 의해 완성됐다.

첫번째 작품 "천국"은 2002년 "롤라런"의 감독 톰 티크베어에 의해 만들어졌으며, 그로부터 3년 뒤 두번째 작품 "랑페르"가 다니스 타노비치에 의해 영화화됐다.

키에슬로프스키와 타노비치는 "랑페르"에서 부정을 저지른 남편 이아손에게 복수하기 위해 자기 자식들을 죽이는 그리스 신화의 악녀 "메디아"의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잔인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휘말린 한 가족의 비극적 역사를 그리려 했다. 그리고 이 같은 의도는 성공한 듯이 보인다.

영화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칙칙하다. 정적이고 병적이며 심리묘사에 집착하는 프랑스 영화 팬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 될 듯.

에마뉘엘 베아르와 마리 질랭 등의 연기에도 높은 평점을 주고 싶다.

1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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