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판 한약분쟁..중의학 폐지론에 전면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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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판 한약분쟁..중의학 폐지론에 전면대응
  • 윤종원
  • 승인 2006.11.07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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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중의학 폐지 서명운동에 자성 목소리도

중국 일부 서양의학자가 과학성이 떨어지는 중의학(中醫學)을 폐지하자는 주장을 내놓자 중국 중의학계가 발칵 뒤집혀 전면 대응을 선언하고 나섰다고 홍콩 문회보(文匯報)가 6일 보도했다.

마치 1990년대말 한국에서 한의사와 약사간에 전면 대결을 벌였던 한약(韓.藥) 분쟁을 연상시킨다.

베이징, 상하이, 광둥 등 중국의 주요 중의원 원장 200여명은 4일 충칭(重慶)에서 전국중의원발전대책토론회라는 긴급 회의를 열고 일각에서 제기된 중의 폐지론을 격렬히 성토하고 나섰다.

지난달초 중난(中南)대 장궁야오(張功耀) 교수는 미국 뉴욕의 의사 왕청(王澄)과 공동 명의로 "중의中醫).중약(中藥)은 과학적 원리가 부족하고 잘못된 방법을 사용해 건강 안전을 보장하지 못한다"며 중국 의료체계를 서양 의학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급기야 중국인 사이에 중의학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던 터에 온라인상에서는 "중의와 작별하자"는 인터넷 서명운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최근 한국이 허준의 "동의보감" 발간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동의보감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중국 중의학계가 자극을 받은 한 원인이 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충칭의 중의원 원장 쩡딩룬(曾定倫)은 "중의학은 서양의학이나 현대 과학기술을 활용할 수는 있지만 결코 중의학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며 "중의학을 폐지하려는 망발과 시도는 반드시 실패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폐지론에 대한 성토와 함께 중의학을 되돌아보자는 자성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특히 중의원들이 돈벌이에 혈안이 돼 서양의원이나 중.서(中.西)의학 결합 병원으로 전환하는 최근의 추세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현재 중의사 자격시험의 내용이 상당부분 서양의학으로 채워져 있고 제도적 지원과 관심의 부족으로 수많은 중의학 의술과 비방이 실전되거나 유실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부분도 비판을 받았다.

중국 법규상 중의학 전문의는 반드시 4년제 의대를 졸업한 뒤 시험응시 자격이 주어지지만 전통 도제식 시스템에 의해 의술을 전수받은 중의는 자격요건이 되지 않는다.

실제 의료경력을 가진 명의(名醫)들이 본과 학력이 없다는 이유로 제도권에서 배제됨에 따라 대대로 이어져온 의술과 비방이 유실될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중의과학원 등은 정부가 "중의약법"을 마련, 지원기금을 설립해 중의에게 더 많은 지원을 해주고 오랜 역사의 중의원 경영을 돕는 한편 모든 질환을 중의학 의술로만 치료하는 연구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정부가 중의원에 대한 의료급여 보상 체제를 개혁하고 약제에 의존하는 경영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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