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노령의 장기이식 환자 수술 제한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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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 노령의 장기이식 환자 수술 제한 움직임
  • 윤종원
  • 승인 2006.11.06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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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2년 5월 7일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오토바이를 타던 션 스트링펠로우(30)씨가 교통사고로 뇌사상태에 빠졌을때 이 지역 각 병원의 장기이식센터는 분주해졌다.

건강한 남자의 신체에서 이상적인 장기들이 분리됨에 따라 포터어드벤티스트 병원의 의사 벤 버논(52)씨는 2개의 신장이식이 가능하다는 연락을 받고 대기환자들에게 통보하는 한편 같은 수술팀의 데이비드 기윰(54) 의사와 함께 수술 준비를 시작했다.

병원의 연락을 받고 달려온 환자 가운데에는 85세의 클로이스 거스리씨가 있었고 그는 이미 5년전 심장 이상으로 입원해 인공혈관 수술을 받으면서 신장이 훼손됐었다. 가족들의 신장 기증 의사에 "그렇게까지 이기적이고 싶지는 않다"며 이 병원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3년째 수술을 기다리던중 마침내 기회가 찾아온 것.

간이나 심장, 간 등 훼손되면 생명과 직결되는 장기들과 달리 신장은 혈액형 등 이식에 필요한 기준에 적합하다면 대개 대기 순서에 따라 수술이 이뤄졌고 대기순위 3번이었던 거스리씨는 앞선 2명의 환자가 부적합하다고 결론이 나와 1순위가 됐다.

하지만 의사 기윰씨는 85세의 환자에게 장기이식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집도를 거부했고 "네 앞에 있는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가르침을 잊지 않고 있던 의사 버논씨도 이에 동조, 거스리씨에게 이식 불가를 통보하고 그의 뒷 순번이었던 50대 환자들에게 신장을 이식했다.

4년전에 있었던 거스리씨의 사례처럼 나이든 환자보다는 앞으로 삶의 기회가 훨씬 많은 이들에게 장기이식을 하는게 옳다는 의료진들의 공감대가 확산돼 이에 대한 공식적인 청문회가 내년에 열릴 예정이라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5일 보도했다.

미 연방정부의 장기이식 수술문제를 감시하는 장기공유연합네트워크(UNOS)는 이미 18세 이하 환자를 우선시하도록 하고 있고 지난해에는 이들 어린 환자에게 35세 이하 젊은 기증자들의 장기를 이식토록 규정해 놓고 있는 상태다.

현재 이 네트워크는 지난 1987년 이래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30만명 이상의 환자 사례를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연령별 수술 가이드라인을 짜놓았고 청문회를 거쳐 최종안을 보건 당국에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포터어드벤티스트 병원은 네트워크의 중점 연구대상인데, 이 병원은 거스리씨의 케이스를 계기로 70~79세인 환자에 대한 치명적이지 않은 장기 이식은 일반적으로 친척들의 기증 장기에 한하고 79세 이상인 경우에는 아예 장기이식을 접수하지 않는 자체 규정을 마련해 시행중이다.

병원측의 결정이 옳았다는 평가를 듣는다는 의사 기윰씨는 "장기들은 제한적으로 공급받고 있는 상황에서 나이 70이면 어느 정도 삶을 채운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이식 수술 대상자를 제한하는게 결코 반갑지 않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거스리씨의 경우 병원측의 결정에 크게 분노, 더이상 이 병원을 찾지 않았으며 수술 거부 이후 3년만인 2005년 1월 심장마비로 사망했고 거스리씨에게 이식될 뻔 했던 신장을 넘겨받은 53세의 이탈리아 남자와 산티아고 그리에고(56)씨는 모두 건강한 삶을 누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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