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을 나눈 형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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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을 나눈 형제들
  • 박현
  • 승인 2006.11.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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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병원, 간이식 수술 안정궤도에 올라
간이식 수술을 받은 지 3주가 지났다. 퇴원 후 처음으로 병원을 찾기 위해 정읍에서 올라온 공웅선 씨(51세)는 수술 전의 건강한 모습 그대로였다.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 진작 이렇게 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 섞인 말을 건네지만 공 씨의 모습은 어려운 수술을 마친 사람답지 않게 편안하다.

지난 10월11일 건국대학교병원에서는 세 번째 간이식 수술이 있었다. 공웅선 씨 (51세)는 자신의 간을 동생에게 나누어 주기 위한 수술을, 공성호 씨(48세)는 형의 간을 이식받는 수술을 받았다. 총 13시간의 기나긴 수술이었지만 형제는 용감했다.

수술을 받은 공성호 씨(48세)는 IMF시기에 사업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되면서 크나큰 상실감으로 삶을 포기하고 말았다. 이후 습관처럼 마신 술이 간암으로까지 발전하면서 심각한 상태를 맞았다. 폐는 복수가 차 이틀에 한 번씩 물을 빼내야만 했고, 심장마저 좋지 않아 그에게는 간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아들이 장기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혈액형이 일치하지 않아 불가능했다.

이 때 나선 기증자가 공성호 씨의 큰 형인 공웅선 씨(51세). 환자의 건강이 좋지 않아 간이식수술 후에도 사망률이 20% 이상일 만큼 위험부담이 커서 수술을 결심하기가 쉽지 않았을 터이지만 동생을 위해 선뜻 자신의 간을 내놓았다.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공 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며 동생의 건강을 안타까워하셨던 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었다”며 “TV에서 간이식을 통해 살아난 사람들을 보고 이식을 통해 동생도 건강하게 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환자와 기증자가 어려운 이번 수술을 결정한 데에는 수년간 환자의 주치의로서 함께 해온 소화기내과 이창홍 교수의 힘이 컸다. 또한 위험률이 높은 이번 수술을 앞두고 외과 윤익진, 장성환 교수를 비롯해 영상의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등 전 간이식 팀의 철저한 사전 준비가 있었다.

이번 수술을 집도한 외과 장성환 교수는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아 어려운 수술이었는데 예상외로 수술 후 상태가 순조롭게 호전됐다. 또한 공웅선 씨도 간을 기증하기에는 나이가 많아 걱정했었으나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면서 “환자에 대한 기증자와 가족 간의 열의와 애정이 보기 드물게 대단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또 “개원 1년 만에 세 번째 간이식 수술까지 안정적으로 성공하면서 건국대학교병원은 지속적으로 간이식수술을 실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것을 증명했다”는데 이번 간이식수술 성공의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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