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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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 윤종원
  • 승인 2006.10.27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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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 숨결 느껴지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 아일랜드 출신의 젊은 의사 데이미언(킬리언 머피)은 런던에 일자리를 얻지만 영국군의 횡포에 친구 미하일이 목숨을 잃자 충격을 받는다.

결국 그는 영국행을 포기하고 형 테디(패드레익 딜레이니)가 이끄는 무장조직인 아일랜드공화군(IRA:Irish Republican Army)에 가담하게 되고 두 형제는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싸운다.

1920년대 아일랜드 독립투쟁을 배경으로 두 형제의 이념 갈등과 형제애를 다룬 영국 켄 로치 감독의 신작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The Wind That Shakes the Barley)"이 내달 2일 개봉된다.

"보리밭을…"은 올해 칸 국제영화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 수상작으로 로치 감독이 수상 소감에서 "당시 아일랜드의 상황은 지금의 이라크전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말하면서 이라크전에 대한 비판의식을 드러내 더 유명해졌다.

영화는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위해 싸우는 전반부와 영국-아일랜드 간의 휴전협정이 체결된 이후 자유를 쟁취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형제의 갈등에 초점을 맞췄다. 등장인물은 허구지만 IRA의 독립투쟁과 휴전협정평화조약 등은 모두 역사적 사실을 근거로 했다.

데이미언과 테디가 속해 있는 IRA 단원들은 무장투쟁을 통해 영국군의 무기를 뺐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내부 밀고자로 인해 잡히게 되고 형 테디는 "무기를 숨겨놓은 곳을 대라"는 요구와 함께 손톱이 뽑히는 고문을 당한다.

테디가 심한 고문을 당한 뒤 IRA 단원들은 아일랜드계 영국군의 도움으로 탈출에 성공한다.

이후 테디와 데이미언은 더욱 무장투쟁에 몰입하게 된다. 그 와중에 그들이 염원했던 영국과의 휴전협정이 체결됐다는 소식을 날아온다. 그러나 이후 맺어진 평화조약은 아일랜드의 반쪽 자치만을 허용한다는 것. 이에 아일랜드 독립운동단체는 다시 혼란에 휩싸인다.

형 테디는 우선 조약을 받아들인 뒤 점진적으로 개선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동생 데이미언은 완전한 자유를 얻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다시 투쟁에 나설 것을 천명한다.

관객은 "보리밭을…"을 통해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거장의 탁월한 솜씨를 만나게 된다. 조국의 독립이라는 대의와 인간적인 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내면이 영화 속에서 솜털처럼 살아난다.

아직 10대인 밀고자 크리스를 처형하기 위해 산으로 가면서 데이미언은 동료 댄에게 "조국이라는 게 이렇게까지 할 가치가 있는 거겠죠"라고 묻는 장면이나 데이미언이 크리스의 죽음을 그의 어머니에게 알리자 그 길로 6시간을 걸어 크리스의 무덤 앞에 선 어머니가 "다시는 널 보고 싶지 않구나"라고 얘기했다는 데이미언의 말은 인간적인 정 앞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내면과 아들의 죽음 앞에서 더욱 강인해지려고 악다문 아일랜드 여인의 내면이 오롯이 녹아난다.

조국의 자유와 독립을 쟁취하는 과정에서 방법론적인 문제로 갈등하는 두 형제를 중립적인 시선으로 그려낸 감독의 시선이 눈길을 끈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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